"재보선 진정한 승리 아냐"…'한껏 몸낮춘' 김무성 리더십
승리 도취 보다 현안 집중…'총선·대선 위한 포석' 견해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치권 모두가 불신받는 상황에서 우리당의 진정한 승리라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승리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미래를 잘 챙기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난 4ㆍ29 재보궐선거 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몸을 한껏 낮췄다. 김무성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당 대표로서 승리에 도취하지 않았다. 가깝게는 내년 4월 총선, 그리고 더 나아가 대권가도를 염두에 둔 행보였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악재를 뚫고 수도권 3석을 싹쓸이한 저력이 그의 머리와 행보에서 나왔다. 이른바 '무대(김무성 대장의 줄임말) 리더십의 승리'였다. '成리스트' 파문으로 전패 위기감에 휩싸였지만 김 대표를 중심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면서 나온 평가다. 빨간색 앞치마를 두르거나 카메라 앞에서 '로봇연기'를 선보이는 파격 행보는 김 대표 리더십의 또 다른 단면이다.
강석호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김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에 발빠르게 대응했고 조직 동원 능력도 상당했다"며 그의 리더십을 총평했다. 강 사무부총장은 "재보궐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조직력"이라고 덧붙였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김 대표 전략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무성 리더십은 성완종 리스트 위기 극복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김 대표는 리스트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12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검찰이 좌고우면 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두 차례 특별사면 받았다는 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김 대표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전략이 주효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리더십이 무난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김 대표는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당협위원장 인선 등을 놓고 당내 친박계와 갈등을 겪어야 했다. 또 비슷한 시기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의 오찬 회동으로 적잖은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을 밀어붙인데 이어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은 김 대표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상징이 됐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직전 국무총리 대신 당 대표를 부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곧바로 '순방 기간 동안 김 대표가 국정의 컨트롤타워를 맡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김 대표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선거 후 달라진 당청관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재보선은 측근 비리 의혹으로 시달리고 있는 박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신세를 지게 됐다"고 말했고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못잖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증명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권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경쟁자들이 '成리스트'에 휩싸인 상황에서 몇 걸음 앞서나가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잘 나갈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김 대표는 선거 직후 "내년 총선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당선자에게 축하꽃다발이 아닌 선거운동 당시 활용했던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의 상징인 빨간 앞치마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승전보를 울린 지 불과 이틀도 안된 1일, 그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치 혁신과 개혁 어젠다를 선점해 '폭풍 혁신'으로 정국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고삐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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