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정통성 없다"는 딸과 30년전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유시민 전 장관의 장녀 유수진씨가 지난달 28일 총리 공관에서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전단지를 뿌리다 연행됐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행된 이유는 총리 공관 앞이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유수진씨는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총리, 대통령, 정권 전체가 더 이상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총리 공관 앞 시위는 대통령과 정권에 이를 선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가 뿌린 전단에는 '파산정권 퇴거하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유씨의 말은 30년 전 스물여섯 살 청년 유시민이 썼던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와 묘하게 겹친다. 1985년 서울대 프락치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유시민은 항소이유서에 "본 피고인이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비추어 제5공화국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 정부 대신에 정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라며 "현 정권은 정식출범조차 하기 전에 도덕적으로는 이미 파산한 권력입니다"라고 썼다.
또 "국가는 그것이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만이 구성원 모두에게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존귀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을 위하지 않는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파산'을 선언한 것이 30년 전 아버지의 항소이유서와 최근 딸의 주장에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30년 전 유시민은 항소이유서의 말미에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 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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