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우리나라는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투명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엄격한 규제장치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정치자금 수입에 대한 규제강화는 결국 돈 드는 정치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그 결과 돈 있는 사람만이 정치를 하거나, 음성적인 정치 자금을 받아 정치를 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2004년 국회는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지구당을 폐지하고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기로 했다. 불법대선자금사건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정치자금 조달 면에서 매우 강력한 통제장치를 둘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정치자금 규제는 새로운 변칙을 낳았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전달되는 출판기념회와 후원금 쪼개기가 대표적이다. 출판 축하금이라는 명목으로 책값의 몇배가 넘는 돈이 건네졌으며, 입법 활동의 대가성을 전제로 차명 등을 이용해 특정 의원에 후원금을 몰아주는 일들이 발생했다.


정치자금 규제는 지역내 뿔푸리 정치의 성장도 가로 막고 있다. 현행 제도는 현역 정치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현역 의원은 그나마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반면 원외 정치인의 경우에는 선거 기간을 제외하고는 후원금을 모을 수조차 없다. 돈이 없는 사람은 정치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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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4년 오세훈법의 일부 내용을 되돌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주목을 끌었다. 이 안에는 운영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구ㆍ시ㆍ군당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른바 지구당을 부활시키자는 것이다. 당원으로부터 직접 당비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회계책임자를 선정해 정치자금에 대한 회계보고를 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의 개정의견에는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같은 선관위 개정의견은 '돈 먹는 하마'인 지구당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선관위의 개정의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관위가 내놓은 정치관계의견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자본의 힘이 국가권력이나 모든 것을 것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정치마저 있는 사람들만 할수 있게 만드는 구조는 아주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며 "투명성의 강화를 통해 얼마든지 정치자금 잡음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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