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등 40개국에 수출
산단공 클러스터사업 정부지원 기술 개발 전념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자동포장기계를 만드는 리팩은 지난 2013년 말 한국산업단지공단 클러스터사업(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 일환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고성능 액체 계량기가 장착된 자동포장기를 개발했다. 일회용 음료, 각종 건강보조식품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 110mm 폭 봉지에 최적화된 자동포장기로 생산속도를 세계적 수준인 분당 약 180개로 올릴 수 있게 됐다.
이일해 리팩 회장은 지난 24일 주안ㆍ부평산업단지 내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중소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클러스터사업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967년 한국전자공업으로 시작한, 리팩은 50여 년을 포장기계 제조 한우물만 고집한 장인 기업이다. 현재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40여개국에 자동포장기계를 수출하고 있다. 300억원에 육박하는 연 매출의 절반 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2012년에는 '1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모든 수주가 끊기면서 그야말로 하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회사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이 회장은 이 기회에 새로운 기계를 개발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당시 개발한 기계는 '지퍼 오프너(zipper opener) 부착 자동포장기계'로 봉지의 지퍼를 자동으로 열고 식품을 봉지 안에 채워서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였다. 그 해 8월 갑자기 한 미국인이 이 회사로 직접 방문했다. 자신이 찾고 있는 제품을 리팩에서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계를 본 후 즉석에서 4대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당시 내수에만 주력하고 있던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선진국의 경쟁업체들과 당당히 겨루며 수주를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리팩은 꾸준한 성장을 지속했다.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매년 두자릿수를 넘나들 정도로 IMF 당시인 1998년 한해를 빼놓고는 한 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다.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이 회장은 장남에게 영업 및 관리를 맡기고 있지만 연구개발(R&D) 만큼은 지금도 직접 챙기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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