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수돗물을 만들던 옛 취수장이 '거리예술' 창작소로 변신했다. 지난 23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거리예술 베이스캠프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아래 용도 폐기됐던 취수장의 외형은 그대로 보존돼 있지만, 야외무대와 건물 내부는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로 뜨거웠다.
개관 당일 창작센터를 찾았다. 한강변을 끼고 도로 옆에 자리해 센터까지 가는 길은 일반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기는 꽤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센터 자체는 앞으로 거리공연을 위한 무대제작, 연습실, 레지던스 작업장 등으로 활용될 터였다. 현장에 가보니 옛 취수장 건물은 두 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한 동은 근대유물로 남겨진 취수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뒀다. 다른 한 동이 바로 센터의 주 무대인 창작소였다. 두 동 모두 거의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옛 모습과 현재 변신한 모습을 서로 비교해 봐도 좋을 법 했다.
1976년부터 서울시의 원수(源水) 정수장 역할을 해온 구의취수장은 2011년 9월 강북취수장 신설로 폐쇄됐다. 2012년 4월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현장투어를 통해 구의취수장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듬해 6월, 서울시는 이 공간을 거리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두 차례에 걸쳐 공간 활용을 실험하는 '오픈스튜디오'도 진행했다. 그리고 2년 여 뒤인 이날 리모델링을 거쳐 거리예술 창작소로 개관한 것. 조동희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장은 "마르세이유 시에 위치한 옛 비누공장을 재활용해 만든 거리예술지구를 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센터 개관행사를 위해 거리예술과 서커스 공연 8작품과 설치미술 및 전시 4작품이 준비돼 선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서커스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사물 이야기'라는 공연이 눈길을 끈다. 국제공동제작 전문단체인 ‘아시아나우(AsiaNow, 한국)’와 현대 서커스 극단 ‘렉스온더월(Legs On The Wall, 호주)’이 지난 2012년부터 두 나라를 오가며 만든 공동창작품이다. 서양의 서커스와 한국 전통 판소리와 사물놀이가 어울어져 있는 이 작품은 평화롭게 놀고 있던 네 명이 아이들이 사물악기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컨셉으로 한다.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무대에 훌라후프와 상고돌리기 등이 한 무대에서 융합돼 신선하고 재밌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공연팀 ‘프로젝트 날다’는 최근 거리예술축제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버티컬 댄스에서 확장된 개념의 공중 퍼포먼스를 8m 구조물에 매달려 실험했다. 버티컬 댄스란 줄에 의지해 건물과 허공을 무대삼아 펼쳐지는 공중 공연을 뜻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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