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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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한 신성한 서술(敍述)이라 할 수 있는 신화(神話ㆍmyth)는 그리스어 뮈토스(mythos)에서 유래했는데, 논리적인 사고와 그 결과의 언어적 표현인 로고스(logos)의 상대어이다. 신화는 실현가능한 사실에 기반하면서 그 뒤에 숨은 교훈적 의미를 통찰한다. 현대사회에서 리스크가 복잡하고 다양한 의미로 보편화되자 독일지구환경변화자문위원회(WBGU)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借用)하여 통계적 변동성으로 계량화된 리스크 개념의 확장을 시도했다.


첫 번째 유형의 리스크에 등장하는 신화는 '다모클레스의 칼'이다. 기원전 4세기경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참주(僭主) 디오니시오스 2세의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늘 아첨으로 왕이 누리는 행복을 찬양했다.

다모클레스의 말에 질투와 선망을 넘어 배반의 기운이 섞여 있음을 간파한 왕은 그를 연회에 초대하여 왕좌에 앉게 하고는 천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예리한 날 끝이 정수리를 향한 칼 한 자루가 가는 말총 한 가닥에 매달려 있었다. 기겁한 다모클레스는 도망치듯 왕좌에서 내려왔다. 권력이 주는 부귀는 항상 치명적인 위험과 불안을 동반함을 보여주는 이 신화는 리스크의 서늘한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사이클로프스는 외눈박이 거인이다. 현실을 한 눈으로밖에 보지 못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두루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상징한다. 아폴론 델피 신전에서 신탁을 행하던 여사제를 일컫는 피티아는 애매한 내용과 조작으로 권위와 신뢰를 잃은 예언이 초래하는 리스크를 비유한다.

원래 출중한 미녀였지만 해신(海神) 포세이돈과 정을 통하다가 아테나 여신의 저주로 흉측한 마녀로 변하게 된 메두사는 과학적으로 무위험성이 증명되었지만 대중의 편견과 공포로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막연한 리스크를 표상(表象)한다.


신화 속에 투영된 신들의 모습은 개별적이지만 인간은 복합적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신화로 변증된 모든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실증하는 무리 덕분에 초고위험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여의도 서쪽에서 집단 서식하는 그들은 국민이 한시적으로 위임한 권력(權力)에 취해 사리사욕을 챙기느라 꿀 발린 면도날을 핥으면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입법을 하는 자들이 오히려 불법과 탈법을 일삼고 부추겨 부패의 온상이 되고 온갖 악의 사슬을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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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君子)가 아니니 화이부동(和而不同)은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동이불화(同而不和)를 넘어 정책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같은 편끼리 뭉쳐 국가대사를 왜곡시키는 당동벌이(黨同伐異)에 골몰하니 그 적폐(積弊)로 정치적 리스크는 고조된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위는 도외시한 채 권력쟁탈에만 눈이 멀어 선거 때마다 지역과 세대, 이념과 소득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여 사회적 리스크를 증폭시킨다. 이 통제 불능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국가위험(Country Risk)으로 전가된다. '개별적 선택의 합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라는 선거의 역설로 탄생한 이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견제할 수단은 없다. '주민소환제'라는 헤지(Hedge)수단을 영악하게도 배제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청첩이 쇄도하는 4월의 주말은 대체로 피곤하다. 지난 주말 참석한 결혼식, 피로연장을 돌며 인사를 하던 혼주에게 누가 사돈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혼주 왈 '누구면 어때, 국회의원만 아니면 되지' .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험 회피적 존재(Risk Averter)'인가 보다.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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