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무상 급식을 저소득층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 방식'으로 바꾸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8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아이들 밥그릇'을 놓고 벌어진 설전(舌戰)에서 문 대표는 차별 없는 급식으로 '보편적 이상(理想)'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 지사는 예산이란 현실을 들어 '선별적 효율'을 강조했다. 홍 지사가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고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고 하자, 문 대표는 "의무교육은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먹이는 일도 포함한다"고 되받았다. 면벽(面壁)한 채 귀는 막고 입만 열어 '평균적 복지'를 찾는 두 정치인의 언설(言說)은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차이만큼 미묘한 것이었지만 생각의 차이는 깊고 멀어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각자의 벽을 등지고 소득 없이 헤어졌다.
한국경제도 한때 공짜점심의 덫에 걸려 휘청거렸다. 외환위기를 손쉽고도 빨리 극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부추긴 내수와 부동산 경기의 후유증이 그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어설픈 저금리정책과 방만하게 풀린 통화량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만들었고 꺼지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거품을 만들었다. 미 실현소득을 훨씬 넘어서는 방종한 소비로 이룬 성장은 고스란히 '카드대란'이란 빚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75%로 낮췄다. 2014년 말 가계부채는 1089조원이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잔액은 365.6조원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유령처럼 시장을 떠도는 단기부동자금은 795조원이다.
자유 시장 경제체제의 폐해인 과도한 사적이윤추구, 부익부 빈익빈 등의 경제적 불균형을 제거하고 분배의 평등을 도모함으로써 사회주의와의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탄생한 복지국가 시스템은 인류의 오래된 미덕인 공동체적 상부상조의 기능을 국가가 대신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복지는 결국 경제와 정치의 영역이다. 경제성장 없는 복지의 확대는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사회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은 정치의 기술적 과제이다.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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