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증권업계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투자전략가지만 강 부장의 일상생활은 20년 전과 다를 게 없다. 그는 매일 6시30분에서 7시 사이에 출근해 운용사, 연기금, 자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루 4~5회씩 투자전략 세미나를 소화해야 한다. 해외 출장에 나서면 외국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7~8건의 일정을 소화해야할 때도 있다.
강 부장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첫 직장이었던 고려증권이 입사한지 3년만에 문을 닫았고, LG투자증권으로 옮긴 이후에 터진 '카드사태'로 수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둬야하는 상황도 지켜봐야 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우기도 했다. "그때 주식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조심해야 하는지 느꼈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고 항상 신중히 다시 한 번 생각해야한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그가 지난 20년동안 쓴 보고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매년 말 정리하는 종합보고서의 쪽수가 400쪽이니 못해도 7000페이지는 이상은 쓴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최근에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투자전략 보고서까지 내고 있다.
그는 "시장의 심리는 코스피지수 2300~2400을 바라고 있지만 7~8월까지 기업의 이익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유가, 환율 등 여러가지 변수가 연말까지 유리하게 작용할지 자신하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태도변화도 관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만난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을 이른바 'MSCI X-KOREA'로 분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의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강 부장은 "과거 일본시장처럼 지난해 10월만 해도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을 매우 좋지 않게 봤다"며 "외국계 투자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채권, 주식, 실물 등을 모두 아우르는 '자산배분전략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다. 자산배분전략은 투자전략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업무다. 그는 "전문적인 자산배분전략가는 전 세계에 몇 명 없을 정도로 어려운 업무"라며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후 강 부장은 그동안 한국시장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던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세미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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