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로 간 엄마들 '나'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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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마량에 가면’의 시인 이재무는 말한다. “출세한 사람이 부러웠다. 유명 대학 출신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들과 비교하며 나 자신의 무능과 불운을 자책, 자학한 날들이 많았다. 아들만큼은 유명 대학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상 도적놈들은 모두 머리가 좋아 잘 배운 놈들이라는 걸 저절로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지도층들은 두엄보다 더 썩었다. 두엄은 농사철에 거름으로나 쓸 수 있지만 이 자들은 비닐, 깡통, 플라스틱같은 존재들이라서 재활용도 어려운 불량 쓰레기일 뿐이다. 아들에게도 출세를 강요하지 않겠다.”
가수 임상아의 노래 ‘뮤지컬’을 중년 여성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내 삶을 그냥 내버려 둬. 더 이상 간섭 하지 마.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세상으로 난 다시 태어나려 해.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내가 돼야만 해. 저 세상의 끝엔 뭐가 있는지 더 멀리 오를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진 않아‘라는 가사가 지닌 ‘엄마의 로망’ 때문으로 보인다.
전혀 관계 없는 시인과 가수가 인문학자 김경집의 ‘엄마의 인문학’에서 소통한다. 시인은 ‘썩은 지도층 남자’들을 질타하고, 가수는 엄마의 내면이 걷고 싶은 길을 노래한다. 인문학자는 “남자들의 조직사회는 경직돼 변화가 어렵다. 그런 남자들 대신 가정의 CEO이자 사관인 엄마들이 나서야 할 때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변화의 길은 인문학에 있다. 엄마의 서재로부터 섹시한 혁명을 일으키자”고 거든다.
저자 김경집은 계속 말한다. 인문학은 지적 허영심을 채우는 장식이 아니다. 미래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열쇠다. 그 열쇠를 아이들에게 쥐어주려면 엄마들부터 변해야 한다. 행복은 맞서 싸워 쟁취하는 것이다. IMF 이후 대량해고와 부의 양극화, 무한경쟁에 내몰린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집착을 깨야 한다. 그 대신 ‘나는 뭐지? 왜 살지?’라 물어야 한다. 인문학은 그 질문을 시작하는, 성찰과 공감을 통해 신념을 굳히는 도구이다. 나의 생각이 변하고 세상을 보는 방식이 변한 엄마들이 연대하면 혁명이 일어난다. 엄마들의 서재가 일으키는 섹시한 혁명인 것이다.
김경집의 엄마 인문학 특강은 ‘질문, 역사, 예술, 철학, 정치경제, 문학’ 등 모두 6강이다. 엄마들에게 해왔던 현장 강의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제 1강 ‘질문’은 ‘나’를 찾는 길이 인문학에 있다는 깨우침이 있다. 2강부터 6강은 인문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하는 저자의 지적 답사와 통찰에 가슴이 부푼다. 승자의 기록인 역사의 이면을 볼 줄 알게 된다. 예술은 교양이나 사치가 아니라 시대의 반영이란 것도, 철학이 내 삶의 주인을 나로 만들어 준다는 것도 알게 된다. 탐욕으로 유착하는 정치와 경제를 모르면 당하고 살 수 밖에 없다는 것과 한 줄의 시가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는 것도 깨우치게 된다.
필자가 일하는 도서관에는 동네 엄마들의 자발적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다. 사뭇 진지하고 뜨겁다. 또 다른 독서토론 동아리에서는 임신한 몸으로 인문학적 태교에 열성인 예비 엄마도 보았다. 엄마들의 섹시한 혁명이 시작되려나 보다. (엄마 인문학 / 김경집 / 꿈결 / 1만 4천 8백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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