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달 31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세계 3위 카메라모듈 제조업체인 코웰이홀딩스(이하 코웰)가 한상기업으로 처음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것이다.

한국 기업의 홍콩 현지법인이 10여년 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적 있지만 한국인이 외국에서 설립한 한상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웰은 본디 코스닥 상장사였다. 코웰은 200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3년간 당기순이익을 4배 이상 늘렸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투자자들이 한상기업이 아닌 중국기업으로 인식해 기업 가치가 평가절하되자 2011년 자진 상장폐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탓이다.


세계 10위권 증시에서 외면 당한 기업이 2위권인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상장을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상기업들이 모국인 한국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기업들의 메카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한상기업들이 그간 한국 증시 상장을 꺼렸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상장을 해도 투자자들이 외면해 코웰 처럼 '상장 폐지'라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크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한국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한상기업들이 한국 투자나 상장을 하고 싶어도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짙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상기업을 장사꾼 정도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기업 규모가 커지고, 업종도 바이오, IT, 대체에너지 등 첨단 업종으로 바뀌면서 한상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미지는 향상됐다. 국내 중견기업 못지 않게 규모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성장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한상기업을 주 타깃으로 삼아 한국 증시 상장을 유치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한국증권거래소와 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이 공동으로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등의 한상기업 상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 한국 증시에 글로벌 플레이어가 적어 글로벌시장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상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 한상기업들의 지적이다.


한국 증시 상장이 오히려 기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한상기업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한상기업들이 한국 투자나 상장을 추진할 때마다 정부는 역외탈세 혐의로 옭아매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창근 회장이 "한상기업들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한국을 도와주는 것인데, 도와주고 싶어도 거꾸로 피해를 입지 않을지 두려워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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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업들이 외국기업처럼 특별 대우는 아니더라도 역차별만이라도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은 한국 증시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한상기업 유치를 위해 '채찍'보다는 '당근책'이 필요할 때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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