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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우유 大亂 오나…EU 쿼터생산제 폐지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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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유럽연합(EU)이 낙농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폐지한 우유 생산 쿼터제가 오히려 낙농업자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초과 공급 상태인 우유 시장에 출혈 경쟁이 예상되면서 낙농 산업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EU의 우유 할당제는 우유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시장 질서가 무너졌던 1984년 만들어졌다. 각 나라별로 일정량의 우유를 생산하기로 제한했다. 할당량을 초과해 생산하면 벌금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런데 EU의 우유 할당제가 지난단 31일자로 폐지됐다. 생산량 제한이 풀어진 만큼 공급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유럽 낙동가의 근심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우유는 공급 초과 상태다. 최대 수요국으로 기대되던 중국에서도 우유 재고가 증가했다. 때마침 러시아의 미국과 유럽산 식품 수입 금지가 겹치며 서방국의 우유는 넘쳐날 정도다.

공급 과잉은 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제유제품경매업체 글로벌데일리트레이드에 따르면 우유 시세는 1년 전 1t당 4126달러였지만 4월1일 기준 2467달러에 불과하다. 분유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40% 떨어졌다. 영국에서는 우유 4병 가격이 1파운드(약 1600원)로 생수보다 더 싸다.

아시아 우유시장을 두고 유럽 우유회사에 경쟁 관계에 놓인 뉴질랜드 또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난 3월 뉴질랜드 유제품 대기업 폰테라는 뉴질랜드산 우유 고형분에 ㎏당 3.5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6년래 가장 낮은 금액이다. 뉴질랜드 낙농업계는 우유 고형분에 최소한 ㎏당 4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유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날 것 같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과거에 비해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확연히 줄었다. 가격 등락과 소비증감의 원칙이 우유에는 먹혀들지 않는 이유다.

전 세계에서 남아도는 우유를 소비할 시장으로 꼽히던 중국은 이제 희망가가 아니라 절망가로 바뀐 상태다. 2013년 말 2014년 초 급증했던 중국 우유 수입량은 실수요에 다른 증가가 아니라 필요분보다 더 많이 구입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아시아낙농연구기관인 라보뱅크의 헤일리 모이니헌 이사는 "중국 내 유제품 재고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이며, 우유 소매 가격 인상의 여파로 전반적인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판매가 시원치 않으니 낙농가들은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2008년 이후 낙농가의 대출이 43%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 낙농가들은 쿼터제 폐지가 소규모 낙농업자의 퇴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또다른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형 낙농기업과의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다.

유럽연합농업협동조합협회(COPA-COGECA)의 한 관계자는 "쿼터 폐지로 유제품 가격이 심하게 변하면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우유 생산자들이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국 전국농민연합(NFU)은 1만 곳의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낙농가수가 향후 10년 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EU도 나름대로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프랑스는 고급 치즈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고품질 치즈 생산을 통해 농가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파트릭 룰로 프랑스 서부 협동조합 대표는 "생산량 증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제품 가격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낙농업계도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낙농 장비로 교체하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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