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구리·철광석 가격,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 탄생 부추길까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스위스 원자재 기업 글렌코어가 호주 리오틴토 합병을 재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세계 최대 '공룡' 원자재 기업 탄생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렌코어는 7일 이후 리오틴토에 새로운 인수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글렌코어는 지난해 7월 리오틴토에 1500억달러 규모 인수·합병(M&A)을 제안을 했지만 리오틴토 이사회는 10월 7일 만장일치로 이를 거절했다. 영국 당국은 런던증시에 상장돼 있는 글렌코어가 향후 6개월 동안 리오틴토에 새로운 M&A 제안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했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규제가 풀리는 7일 이후 글렌코어가 리오틴토 인수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업가치가 커진 글렌코어가 반대 상황에 놓인 리오틴토를 인수하기 더 쉬워졌다는 판단에서다.
거대 구리 광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글렌코어 주가는 2011년 상장 이래 최저점을 기록했던 1월 중순 이후 15% 넘게 뛰었다. 반면 원자재 가운데 철광석을 주로 생산하는 리오틴토는 주가가 3% 미끄러졌다. 두 기업의 기업 가치에 변화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구리와 철광석의 엇갈린 가격 흐름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최근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1월 중순만 해도 5년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던 구리 가격은 지난달 t당 6000달러선을 회복하며 지난 한달 간 5% 상승폭을 나타냈다. 그러나 철광석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t당 50달러가 붕괴돼 10년래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철광석 가격 반등이 당분간 힘들어 연말 45달러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진단한다. 리오틴토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폴 게이트 샌포드 번스테인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리오틴토가 생산량 확대를 통한 기업 성장 전략을 철회할 것"이라면서 "실적 역시 내리막길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리오틴토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은 글렌코어의 공격에 취약해질 것"이라면서 "글렌코어는 구리 값 상승으로 되레 주가가 지금의 두 배로 높아질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철광석을 생산하지 않는 글렌코어 입장에서는 세계 2위 철광석 업체로 손꼽히는 리오틴토 인수로 원자재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다만, WSJ은 글렌코어가 리오틴토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부채비율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렌코어의 순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05억달러로 리오틴토 부채 125억달러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기업의 부채 의존도를 나타내는 레버리지비율 역시 글렌코어가 40%로 리오틴토의 두 배 수준이다. 리오틴토 인수를 위해 부채 비율을 더 높일 경우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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