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안비용추계제도 시행후, 재정수반 법률 모두 비용추계 거치지 않고 법안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가재정 건전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되는 국회의원 의안비용추계제도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의안비용추계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안비용추계제도'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19일부터 시행됐다.


3일 본지가 의원비용추계제도 시행 이후 발의된 법안들을 점검한 결과, 재정소요 법안들은 모두 비용추계서 대신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추계요구서는 입법이 급박할 경우 비용추계서 대신 제출하도록 하자는 취지지만 이를 편법으로 활용해 대부분 이를 첨부해 법안을 제출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2주간 국회에는 총 203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29건의 법안은 재정수반 법률이었는데, 해당 법안은 모두 비용추계요구서만 첨부한 채 국회사무처에 제출됐다.


개정된 국회법은 의원들이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때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비용추계서를 제출해야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하는 재정지출이 순증가액이나 재정수입의 순감소액에 대해 각종 추계방법 등으로 확인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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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의안비용추계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도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의원실 자체에서 비용을 추계하거나 미첨부 사유서를 제출해 비용 추계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비용추계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하기 위해 모든 재정소요 법안은 예정처의 비용추계를 거쳐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개정된 국회법은 법안이 긴급한 경우 예정처의 추계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추계요구서를 첨부하면 발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역으로 자신들이 내는 법안이 얼마나 소요되는지에 대한 검토 없이 예정처에 비용추계를 요구했다는 서류만으로도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급하게 제출할 필요가 있을 때를 위한 규정"이라며 "비용추계서를 통해 제대로 된 재정 소요 등을 알고 법안이 발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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