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1조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이 법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재산등록, 등록재산 공개 및 재산형성과정 소명과 공직을 이용한 재산취득의 규제, 공직자의 선물신고 및 주식백지신탁,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직자 개개인의 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재산공개를 법으로 강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위공직자가 부패할 수 있는 위험을 막는 것이 본래의 목적인 셈이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거나 고위공직자로서 알 수 있는 특수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데, 재산공개를 통해 이와 같은 위험을 막자는 것이다.
이 논란은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액면가치를 신고하는 것이 법을 위배되지 않았다는 판단 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에게서도 비상장사의 경우 액면가만 신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장외에서조차 거래되지 않는 주식의 경우에는 액면가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에는 이같은 논란을 아예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잠시 논의됐었다. 지금은 정당해산심판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재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이다.(이 법은 통합진보당 해산 논란과 발의에 필요한 의원수 10명 확보문제 등과 맞물려 실제 발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김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내용 공개 당시에 "권 후보자가 이슈가 되었지만,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의 재산공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실제 발의에 이어지지 않았고, 공직자윤리법은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는 조승수 전 진보신당 의원은 비상장주식의 경우라 하더라도 이해관계자가 20% 이상 소유한 경우에는 회사매출액과 소유재산을 같이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조 전 의원은 법안취지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주식회사의 지분형태로 보유하여 은닉하거나 축소하여 신고할 수 없도록 하였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 실제 공직자윤리법에 반영되지 못했다.
비상장주식 얼마나 많이 보유했을까?
국회에 재산을 신고한 292명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3명의 의원(본인 또는 가족)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일이 될 수는 없다. 지역 축구단에 출자를 하거나 공익적인 일을 위해 주식을 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개인의 사적인 경제활동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같은 비상장주식 가운데 일부는 실제 재산을 은폐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비상장주식 보유자들의 경우 이들이 보유한 재산의 가치는 실제 세상에 알려진 액면가치의 가격과 크게 다를 수 있다. 액면가치로 따졌을 때 미미한 재산변동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실제 가치로만 따지면 큰 부정이 저질러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비상장주식의 가치가 실제 가치로 반영될 경우에는 의원들의 재산들 역시 대거 늘어날 수 있으며, 재산변동액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나 조 전 의원이 통과시키려고 했던 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직계 존비속의 경우 독립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이 부양할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의원이 가족의 재산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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