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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전관예우 추방 '强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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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전 대법관 개업신고 반려 이어 포기서약서까지 검토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전관예우' 근절을 명분으로 대법관 출신 인사의 변호사 개업에 제동을 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두고 적절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변협은 차한성(61ㆍ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최종 반려한데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자의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서를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당연한 처사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명확한 법적 근거없이 무리하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변협은 23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전관예우를 타파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조계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변협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들의 등록을 거부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전관예우 문제를 이유로 신고를 반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차 전 대법관 측은 반발했다. "공익소송수행 등 공익관련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취지를 명백히 밝혔음에도 공익활동 참여를 왜 막으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협은 한 발 더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첫번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협의 잇따른 초강수는 하창우 회장의 당선 때부터 예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 회장은 당선 때부터 사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법조계의 가장 큰 병폐인 전관예우를 타파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 회장은 당선 때 공약한 전관예우 비리센터를 곧 개관하고 현판식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우선 대법관 출신 인사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해 전관예우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생각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출신들이 대법원 상고심 사건을 독점한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사건에 의견을 첨부하면 대법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의견서 첨부' 만으로 거액을 벌어들인다는 의혹도 있었다.

법조계는 대법관 출신 인사의 변호사 개업 제동 조치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관예우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한데 대한변협 회장이 '칼'을 빼든 결과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법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명확한 법적 규정없이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망신주기식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뒤 개인 변호사 개업을 막고 법적 근거도 없는 서약서를 받아 전관예우가 과연 사라질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변호사로 활동하는 전직 대법관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또 물의를 일으켰던 판사나 검사 출신 인사들이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과 비교할 때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술값 시비 끝에 출동한 경찰을 때리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수원의 전임 부장판사도 현재 변호사를 하고 있다. 당시 변협 등록심사위원회는 등록 거부 사유가 아니라며 개업을 허가했다.

전관예우 문제는 점차 전관 법조인과 일반 변호사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변협이 "최고 법관에서 퇴임한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비판하자 대법원은 반박자료까지 내며 반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최고재판소 판사(대법관) 퇴임 후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확고한 전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법원과 검찰 출신 최고재판소 판사 6명 중 5명이 변호사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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