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죈 재계, 창립 기념일도 '긴축'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삼성, LG, GS 등 창립기념일을 맞은 기업들의 분위기가 너나할 것 없이 정중동(靜中動) 모드다. 자축해야할 날임에도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창업의 의미만 되새기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과 최근 당국의 강도 높은 사정 분위기가 기업의 창립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창립 77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의 특별 행사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다만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만 지난 20일 최치훈 사장 주도로 조용하게 사내에서 창립기념 행사를 열었다. 창립기념 대규모 기념식, 언론 광고 등을 벌이던 최근 몇 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엔 이건희 회장의 '마하경영' 메시지를 사보로 통해 전파했고, 재작년엔 삼성상회와 스마트폰을 등장시킨 광고로 75주년을 자축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 신년 하례식도 생략했었다. 이는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이 병상에 있고,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하는 등 대내외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5년 혹은 10년 단위 해에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특별한 행사없이 보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창립 68주년을 맞는 LG그룹도 별 다른 행사없이 각 계열사들이 정상 출근해 근무할 예정이다. 다만 창립일을 기념해 내달 10일 하루 그룹 전체가 휴무에 들어간다. LG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올해 그룹 차원에서 준비된 행사는 없다"며 "2년전부터 창립일을 기념해 4월 둘째주 금요일을 내부 휴일로 정해 전 계열사 직원들이 함께 쉬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에서 분리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GS그룹 또한 오는 31일 창립기념일날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LG에서 분리된 지 10년 되는 의미 있는 해지만 회사 내ㆍ외부 상황을 감안해 별도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GS그룹측 설명이다. GS그룹은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GS칼텍스가 유가하락 등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내외부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지난 20일 창립 48주년을 맞아 인천 송도 사옥에서 팀장급 이상 임직원 10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창립 행사를 치렀다. 이날 행사에서 전병일 사장은 "이제는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우그룹은 23일 대우 창립 48주년을 맞아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와 산하기관인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공동으로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창립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기념행사에 앞서 대우인회 정기총회도 연다. 대우그룹은 현재는 분해됐지만 옛 대우맨들을 중심으로 창립을 기념하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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