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로기수 "내래 이 춤 때문에 사상도 버리고 고향도 버렸소!"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거제도 수용소 76막사! 인민군 포로 로기수요! 내래 이 춤 때문에 사상도 버리고 고향도 버렸소!"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북한군 소년 '로기수'는 미국 흑인 장교가 추는 탭댄스에 마음을 빼앗긴다. 전쟁터에서 춤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로기수의 부모는 미군의 총에 죽었다. 형 '로기진'은 미제 춤에 빠져버린 동생을 설득하지만 로기수는 탭댄스가 남긴 강렬한 인상을 좀처럼 지우지 못한다. 그 와중에 수용소장 '돗드'는 미국의 우월함을 과시하려 미제 춤에 빠져버린 이 소년 포로를 공개 무대에 세우려 한다. 이념과 꿈 사이에서 괴로워하지만 로기수는 도저히 춤을 놓을 수 없다.
북한군 소년 포로의 꿈과 희망을 다룬 뮤지컬 '로기수' 프레스콜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에서 열렸다. 김태형 연출(38)을 비롯한 제작진과 모든 출연진은 무대 후 마련된 간담회에서 공연과 준비 과정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공연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었다. 로기진 역의 배우 홍우진(35)은 "우리 공연을 보시고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 못지 않은 창작 뮤지컬이 있구나' 느끼시길 바란다. 유명한 연예인 때문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열연하고 이번에 ’프랜‘ 역을 맡은 배우 임춘길(46) 역시 "아이디어가 풍부하게 들어있고 계획적으로 잘 짜인 뮤지컬이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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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수'는 탭댄스를 전면에 내세운 창작뮤지컬이다. 배우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탭댄스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특히 로기수 역의 주연 배우 김대현(31), 윤나무(30), 유일(25)은 공연시작 4개월 전부터 탭댄스를 익혔다. 윤나무는 "발에 탭댄스 감각을 생기게 하는 데만 굉장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 종일 탭 스튜디오를 맴돌았던 적도 있다"며 쉽지 않았던 연습 과정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로기진‘이 탭댄스를 내세운 공연은 아니었다. 흔히 알려진 포크댄스가 주재료였지만 김태형 연출은 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 탭댄스로 바꿨다. 그는 "돌이켜보면 배우들 고생시키려고 탭댄스로 가자고 한 것 같다. 꿈을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심히 땀을 흘려야 관객이 감동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로기수'는 6.25 전쟁 중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제작진은 실험적이면서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실제 답사를 가고 역사 자료를 찾으며 탄탄한 대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배철식 역을 맡은 배우 오의식(32)은 "대본 받았을 때 소재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이어서 어떤 역할로든 이 공연에 참여하고 싶다"고 평했다. 완성도 높은 대본 이외에도 '로기수'는 2층 구조 무대와 800여 번에 달하는 조명 전환, 26곡의 뮤지컬 넘버를 준비하며 창작뮤지컬이 가진 한계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소년의 꿈 외에도 따뜻한 형제애와 순수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뮤지컬 '로기수'. 5월 3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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