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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논리다]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오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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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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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1.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취임 2년을 맞는다. 박근혜정부 실무ㆍ현장형 장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산업 정책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과제로 지적됐다. (한 일간지 기사 中)


#2.한 소장은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론을 통해 이해하고 더 나은 생각으로 이끌 수 있는 사유와 소통, 상상, 공감의 능력을 기르는 교육의 밑거름이 되고자 한 것”이라며 “도서관저널이 그 같은 변화를 이끄는 공공의 장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사 기사 中)
‘매기다’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값이나 등수 따위를 정하다’는 동사다. 이 동사 앞에 ‘자리’를 붙인 ‘자리 매기다’는 ‘평가하다’는 말이 된다. ‘자리 매기다’는 ‘자리매김’이라는 형태로 자주 쓰인다. ‘자리매김’에 ‘하다’가 더해진 ‘자리매김하다’로 활용되곤 한다. ‘자리매김하다’는 동사를 명사형으로 바꾼 뒤 다시 동사로 변환하는 이중 작업을 거친 단어다. 이보다는 바로 ‘자리 매기다’를 쓰는 편이 낫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동양의 영화감독들을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동양의 영화감독들을 명장으로 자리 매겼다.

‘자리매김하다’는 이중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두 예문은 비논리적이다. 이들 문장에서처럼 ‘자리매김’을 쓰면 평가 대상이 스스로 자신에게 점수를 줬다는 뜻이 된다. 이들 문장을 다음과 같이 고칠 수 있다.
▷도서관저널이 그 같은 변화를 이끄는 공공의 장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
▶도서관저널이 그 같은 변화를 이끄는 공공의 장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
▶도서관저널이 그 같은 변화를 이끄는 공공의 장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겨졌으면 하는 바람

▷(윤상직 장관은) 박근혜정부 실무ㆍ현장형 장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상직 장관은) 박근혜정부 실무ㆍ현장형 장관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원 문장은 ‘자리매김했다’를 ‘평가했다’로 바꾸면 ‘(윤상직 장관은) 박근혜정부 실무ㆍ현장형 장관으로 평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가 돼, 이상하고 반복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중복된 표현이라 권하지는 않지만 ‘자리매김했다’라고 하려면 그 앞에 목적어를 둬야 한다.

‘자리매김’은 일본과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일본에서는 ‘位置づけ’라고 쓴다. ‘자리매김하다’는 ‘位置づける’라고 한다.

뉴스를 검색해보면 일본에서는 다음 예문과 같이 대개 이 표현을 목적어와 함께 쓴다.

#1. 그는 유엔 방재를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기는 이유에 대해 “대참사는 향후 언제 어디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의 목적은 자연 재해를 막는 것은 아니다. 세계인이 방재라는 사상을 가지고 주도면밀하게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2.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산하의 미즈호신탁은행의 운용 부문과 자산운용회사 2개사를 2016년 봄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3 일 알려졌다. 미즈호는 자산운용 사업을 은행?신탁?증권과 대등한 제 4의 기둥이라고 자리매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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