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30개 아파트에서 118건의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기간 전세는 81건에 불과했다. 이미 치솟을대로 치솟은 전셋값에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올리는 대신 추가로 월세를 받는 일명 '반전세' 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144가구 규모의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이 아파트에서만 총 44건의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전세 계약 건수는 월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건이었다. 전세 계약 대부분은 84㎡ 이하의 비교적 작은 규모였다. 84㎡ 이상의 경우 올 들어 단 2건만 계약이 됐다.
월세 대부분은 수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에 추가로 매달 수십만원을 내는 반전세였다. 지난 1월 말 전용면적 114㎡의 아파트 두 곳이 보증금 7억원, 월세 130만원에 계약됐다. 이 보다 작은 84.5㎡도 6억원에 매달 70만원을 내는 반전세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1억원 올려도 금리가 낮아 이자가 얼마 안 되니 집 주인은 매달 5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반전세를 좋아한다"며 "1억원 이상 올려줄 수 없는 세입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반전세에 살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지난해 이미 월세가 전세 계약 수를 넘어 섰다. 2009년 1월 입주를 시작한 현대 힐스테이트1단지는 2013년까지만해도 전세 115건, 월세 103건으로 전세 계약 수가 조금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월세 계약이 121건으로 급증하며 전세 계약 수(89건)를 앞질렀다. 월세 계약 건수는 2012년 82건을 시작으로 103건, 121건으로 늘어 증가세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증가추세라면 월세 계약 건수는 올해 또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아파트도 월세시대가 된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고가 전세가 많은 곳이 강남인데 여기는 교육 목적으로 단기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며 "워낙 전세 매물이 부족하니 월세가 비싸도 2~3년 정도만 산다는 생각에 반전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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