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사외이사, 의안 99%에 'YES'
본지 주요 증권사 19곳 조사
- 452개 의안 中부 부결건수 단 1건에 불과, 보류건수는 2건
- 3월 중순 이후 줄줄이 주총, 사외이사 신규/재선임 예정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금융투자회사의 건전성·투명성 제고와 관련해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가 높지만 정작 이를 감시하고 선봉에 서야할 사외이사의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뢰 회복이 급선무인 증권사의 경우 각 사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보수가 최대 7513만원에 달하지만 처리해온 수백 개의 의안 중 단 1건에 대해서만 반대의사를 표명했을 뿐 만장일치로 가결한 의안이 대부분을 차지해 사외이사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6일 아시아경제신문이 국내 주요증권사 19곳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수, 이사회 개최건수, 이사회 의결안건 수, 의안 가부건수, 1인당 보수 등을 집계한 결과 전체 사외이사의 수는 84명, 이사회 개최건수는 174건, 이사회 의결안건 수는 452건, 1인당 보수는 최소 2620만원에서 최대 751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의 회사가 제시한 의안을 부결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찬반결정을 하지 못하고 의안이 보류된 2건을 제외하면 전체 82명의 사외이사가 처리한 452건 중 449건에 가결 의사를 표명했다. 이사회 안건의 99.3%가 반대의사 없이 가결된 것. 사외이사 1인당 최소 5번 이상의 의사표명 기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다.
부결된 1건은 한국투자증권이 케이만군도 국적의 키아라 아시아퍼시픽 헤지펀드 투자 건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큰 규모의 자금을 키아라 아시아퍼시픽 헤지펀드에 투자하려고 했으나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12일만에 999억원으로 투자규모를 축소했다. 출자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주효했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18개 증권사의 사외이사들은 단 한건의 의안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우증권 사외이사 중 일부가 중국고섬 사태와 관련해 한영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기권의사를 표명해 해당 안건이 보류되고,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들이 소수주주의 소 제기 청구에 대한 회사의 소 제기 판단을 미룬 사례가 전부다.
조사대상 증권사에 소속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감사 포함)의 평균 연봉은 천차만별이지만 최대 1억9000만원에 달한다. 사외이사에게 지급하는 1인당 평균보수는 1500만원에서 6700만원, 감사위원 등을 겸직하고 있는 경우 1인당 보수는 최소 3480만원, 1억원을 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증권사별로 보면 신한금융투자가 사외이사 보수를 평균 1500만원으로 가장 낮게 책정했고, 삼성증권이 평균 6700만원으로 가장 높게 책정했다. 사외이사 1인당 처리해야하는 의안의 수와 보수는 연관성이 없었다.
사외이사제도는 기업 권력의 지나친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자격 이상의 전문가들을 선임하는 제도다. 특히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유용한 제도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받아가는 보수에 비해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보다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형식적 사외이사제도는 증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특히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는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굳이 반대의견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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