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해피엔딩이다. 반전이 기다린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다. 보험회사가 지불해야 하는 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급기야 파산 위기를 맞는다. 기막힌 상품을 기획했던 직원은 보험 역사상 최악의 상품을 내놨다는 불명예를 안고 쓸쓸히 은퇴한다.
환율 전쟁이니 지정학적 위기니 글로벌 경기 침체니 하는 거창한 주제에만 리스크가 붙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도 크고 작은 리스크에 울고 웃는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지는 가계 리스크, 사람과 사람의 관계 리스크, 결과가 불확실한 선택의 리스크….
며칠 전 저녁 자리에서 만난 A는 관계 리스크에 움찔한 사례다. A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혼수 문제로 사돈 집안과 작은 오해가 생기더니 급기야 자식들끼리 결혼을 하네 마네 다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오해를 풀고 화해했지만 그때 그 리스크를 회피 또는 방기했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더니 술 한 잔을 툭 털어 넣고는 농담을 건넸다. "어때? 파경 보험을 만들어 팔면 대박날 것 같지 않아?" A는 보험회사 직원인 것이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