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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책임투자 입장에서 본 해외자원개발투자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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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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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는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가동돼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특위가 만들어진 것은 MB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이 낭비됐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국회 특위의 기관보고에서는 주로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자냐 흑자냐,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느냐 아니냐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과 보고기관 사이에 논쟁이 오갔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안이니 투자의 적정성이나 의사 결정의 합법성과 전문성을 따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책임투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에는 그외에도 추궁해야 할 문제들이 적잖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책임투자라고 할 때 '책임'은 크게 보아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산소유자(투자자)에 대한 책임이다. 투자를 위해 자신의 돈을 맡긴 사람에게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수익률을 가져다 줄 책임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책임으로서 투자를 결정할 때 재무적 수익만이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함으로써 투자행위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는 책임이다. 전자의 재무적 수익만이 아니라 후자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투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인 수익성이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기적 고려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이다. 앞의 하베스트사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2009년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했는데 2015년 현재 233MMBOE(석유 환산 100만배럴)의 확정 매장량, 464MMBOE의 미확정 매장량, 하루 1만배럴 용량의 오일샌드 프로젝트(건설 중)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의 입장에서는 매장량에 대한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평가에 근거해 투자수익을 예측하고 성공 여부를 평가한다. 그러나 책임투자의 입장이 되면 평가의 내용과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

첫째, 오일샌드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환경오염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오염 처리비용ㆍ환경운동가들의 항의ㆍ법적 소송ㆍ명성 위험 등)에 대한 평가와 대비가 필요하다. 둘째,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고 연간 사용할 수 있는 화석연료의 총량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면 가치 실현이 불가능하게 돼버린 매장량은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으로 분류돼 기업가치의 폭락을 가져올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이 안 되게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태울 수 있는 화석연료, 즉 탄소예산(carbon budget)은 이산화탄소톤으로 총 900~1075기가톤에 불과한 데 반해 현재 에너지 기업이 보유한 총 매장량은 2860기가톤이기 때문에 결국 화석연료 매장량의 65~70%가 좌초자산이 되는 것이다. 셋째, 자원개발이 현지 원주민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개발이 원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그들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면 그 사업은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면 국회 특위의 국정조사의 초점은 단기적 수익성 여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와 환경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따지고, 투자의사 결정에 있어 그런 고려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자신들의 세금이 지구와 원주민의 삶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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