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2시간이 50년을 바꾼다…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의 力說
경찰서장서 대전 명예시장으로, 이젠 은퇴설계 전도사로 … 내 인생을 보라
[이명재 논설위원]
경찰서장 출신으로 은퇴 설계와 행복한 노후에 대한 강연과 자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58)이 강조하는 퇴직 준비 전략은 "퇴근 후 2시간을 잘 이용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할 때 범하는 잘못이 회사를 나와서야 할 일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직장을 떠나는 순간 늘 접하던 정보에서 멀어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즉 네트워크에서도 멀어집니다. 백수가 되는 순간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초조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 필요한 의지나 의욕을 갖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나마 안전망이 있을 때 실직의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퇴근 후에 학원을 다니고, 학위가 필요하면 야간 대학원에 등록하라고 말한다. 창업을 하더라도 현직에 있을 때 시작하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11년간 '퇴근 후 2시간'을 알차게 사용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2시간을 선용했기에 퇴직과 동시에 인생 2막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퇴직 준비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좌충우돌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가 퇴직 이후를 걱정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 정년은 한참 남았지만 경찰복을 벗어야 될지도 모르는 직업적 위기를 겪으면서 퇴직 후 할 일을 생각했다. 남들 생각하기에 경찰서장 하면 대단한 자리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퇴직 후의 미래는 막막했다.
"제가 아는 것은 경찰 세계가 전부였는데, 경찰은 사회 구석구석을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사회 공부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할 일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는데, 내가 빵을 좋아하니까 빵 가게를 해 보자, 싶었죠. 제빵 기술이 있으면 봉사활동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학원 제과ㆍ제빵과정에 등록해 1년3개월간 다녀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대형 빵집 때문에 빵 가게를 내도 승산이 없어 보였다. 대기업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떡이 괜찮아 보였다. 떡 만드는 걸 학원에서 배운 데 이어 최고 장인을 찾아가 전수를 받았다. 그리고 시장의 떡집에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5개월간 일을 배웠다.
"시장 떡집에서 새벽에 나가 만든 떡을 앞치마 두르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막 뛰어다니는데 시장 좌판에 앉아서 장사하는 아주머니들 이야기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 사람이 경찰서장이래! 떡집 차리겠다고 매일 와서 배우고 있다지 뭐야.'"
초콜릿 가게, 두부 전문점, 노무사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그가 돌고 돌아 결국 찾은 일은 강연 활동. '미래 설계'와 '현장 노하우'를 살린 연구소를 차렸고, 인기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강연을 생각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괜히 빵이며 떡이며 두부, 초콜릿에다 토익 등을 한다고 시간과 돈을 쏟아붓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죠. 그러자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런 시간, 노력과 돈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뭐든 열심히 시도해 보는 것,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한 것이 결국은 요긴하게 쓰인다는 게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론이다.
"경찰서장 시절 전 직원을 만날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한 번뿐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매주 월요일에 직원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었죠. 3년간 이 글을 쓰는 게 참 여간 힘들지 않더군요. 서점에 나가 책도 사보고, 좋은 글이 있으면 메모도 하고 그렇게 했죠. 그런데 그때 그렇게 했던 것이 지금 강의에 여간 도움이 되는 게 아니에요."
최근 자신의 퇴직 준비기를 '퇴근 후 2시간'이라는 책에 담아 펴낸 정 소장은 소설 형식의 이 책에서 수많은 은퇴 준비생들이 직면하는 현실과 심리적 문제를 생생하면서도 깊이 있게 보여준다.
퇴직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제2의 인생을 살 때에는 얼마나 높은 산에 오르느냐를 중요하게 보지 마라"고 한다.
"제2의 직업은 첫 번째 직업과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돈을 벌고 나의 존재와 명성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나의 소명을 발견하고, 나를 표현하며, 타인과의 관계 발전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 소장은 며느리를 보던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정 소장 같은 이가 경찰을 지켜 좀 더 높은 책임자가 됐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론 경찰을 그만둔 지금 그는 또 다른 의미의 치안 업무를 맡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말하자면 중장년의 미래의 안전, 노후의 안전을 책임지는 '인생 치안'에 다름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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