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인데?…비관주의 빠지기 쉬운 까닭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경제심리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100보다 커야 경기가 좋다고 보는 것이고, 100보다 멀수록 경기가 나쁘다는 뜻인데 70대에 머무르고 있다. 체감심리가 그만큼 냉랭하다. 전문가들은 '손실회피' 성향 탓으로 봤다. 고통이 이득이 생겼을 때 느끼는 효용보다 큰 탓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심리지표가 좋지 않다. 올해 1월 현재경기판단 소비자심리지수(CSI)는 74다. 100은 과거 조사된 소비자심리의 장기평균치로 여겨지는 기준점이다. 100보다 큰 것은 소비자들이 현재 경기를 과거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CSI는 지난해 10월 80을 밑돈 후 꾸준히 70선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숫자만 보면 경제주체들의 현재경기인식이 극도로 얼어붙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좋은 소식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심리의 '비관 편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누구나 경기가 실제보다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CSI가 기준선인 100을 넘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CSI가 100을 넘었던 때는 2002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세 차례, 2009년 8월부터 2010년1월까지 여섯달, 2010년5월부터 8월까지 넉달이다.
100을 넘은 시기가 경기거품이 꺼지기 직전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2002년엔 카드사태가 있었고,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경제가 나쁘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을 현재경기판단CSI가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100을 넘었던 때가 되레 경기거품이 무너지기 직전에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 수치가 100을 넘는게 무조건 좋은 신호는 아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행태금융학에선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이라고 부른다. 손실회피 성향은 경제주체들이 이득에서 생겨난 플러스 효용보다 손실에서 발생하는 마이너스 효용을 더 크다고 느낀다는 행태금융학의 개념이다. 예컨대 100원을 벌었을 때 효용이 10증가한다고 하면 100원을 잃었을 때 10이 아니라 20정도의 효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손실이 생겼을 때 체감하는 고통의 정도가 이득의 기쁨보다 2배 이상 크다. 곧 경기호황신호보다 경기침체신호를 더 기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심리지표가 중요한데 아직 주류경제학에서 손실회피성향과 같은 행태금융학의 심리적인 요인들을 주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이 통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표를 볼 때 어느정돈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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