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전자금융사기 방지, 은행권 뭉쳤다
금감원 주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의체에 12개 은행 참여
선두주자 노하우, 후발주자에 전수
FDS핵심 '사기패턴 룰' 공유는 꺼려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날로 증가하고 있는 전자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은행권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ㆍFraud Detection System) 구축을 위한 협의체에 참여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당국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사를 독려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금감원이 주도하고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금융권 FDS 추진 협의체'에 지방은행을 포함해 12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초기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IBK기업은행 등 5개 주요 은행만 참여했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1금융권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저축은행중앙회도 참석해 은행권의 FDS 구축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지난 1월15일까지 3차례의 회의를 마친 협의체에서는 주로 선두적으로 FDS를 구축한 은행들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마주쳤던 문제들과 그 해결방안을 공유했다. 금융보안연구원에서 FDS에 대한 기술적 가이드를 설명한 후 신한ㆍ하나은행 등 선두 은행이 FDS 기획과 운영 노하우를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FDS를 도입하며 겪는 문제의 해결방안과 최신 금융사기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두 은행이 FDS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룰(RULE)' 공유는 꺼려해 아쉬웠다는 평도 있다. FDS는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에 이용되는 거래 패턴을 분석해 기존 고객이 이와 비슷한 거래를 시도하면 사전에 차단하게 된다. 바로 이 거래 패턴을 룰이라 하는데, 룰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 년 간의 전자금융사기 패턴을 모아 분석해야해 각 금융사가 쉽게 밝히지 않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금융사기범이 FDS를 피하는 방법을 개발하며 진화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은행권이 FDS 룰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FDS 도입 열풍은 지난해 거액의 전자금융사기 발생한 것에 대한 반성의 성격이다. 지난해 6월 한 지역 농협에서 1억2000여만원이 인출됐는데 50대 주부의 통장에서 3일간 41차례에 걸쳐 300여만원씩 인출하는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이었음에도 FDS가 없어 이를 발견해내지 못했다. 이 사고 후 시민단체들이 고객 보호에 안일한 금융권에 대해 비판했고 농협상호금융은 부랴부랴 12월 FDS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아빠,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Z세대 5명 중 3명 ...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FDS 구축을 독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롯데카드 본사에서 열린 '금융IT보안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농협 거액 인출사건을 언급하며 "일찍이 FDS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온 카드사와는 달리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그동안 FDS 구축이 미흡해 이 같은 금융피해를 미리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현재 FDS 구축을 추진 중인 은행들이 이를 완료하면 '금융권 FDS 추진 협의체'를 통해 사기패턴과 룰 공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 공조체제를 두텁게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6년까지는 전 금융권이 FDS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금융위와 함께 관련 법 개정도 논의할 방침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