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서운했다" 김택진 "서운하다"...빗나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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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대표, 협업제안…엔씨, 美회사 인수 위해 지분율 14.68% 넘겨
-잇따른 인수·협업 실패·너무 다른 개발철학에 두 대표 서로 상처 쌓여
-넥슨 추가지분 인수 후 지분보유목적 변경…엔씨 "경쟁력 약화" 반발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한계 있었다" "신뢰 무너져"


27일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이에 오간 말들이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로 게임산업을 이끄는 양대 거인이 되기까지 남다른 친분으로 쌓았던 우정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협업 실패'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경영권 다툼의 각을 세웠다. 해외기업을 인수해 게임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두 사람의 꿈은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하다'고 쏴붙이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넥슨의 최초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는 김정주 대표의 협업 제안으로 성사됐다. 2012년 외국산 게임이 득세하기 시작하자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를 감지한 그는 김택진 대표에게 미국 대형 게임업체 EA(일렉트로닉 아츠) 인수를 통한 글로벌 진출을 제안했고, 김택진 대표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4.68%(8045억원)를 넥슨에 넘겼다.


넥슨-엔씨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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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사람의 꿈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EA 인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다. 게임 개발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김택진 대표는 '투자 따로 경영 따로'를 고집했지만 김정주 대표는 엔씨소프트가 가진 개발력을 끌어내 시너지를 내고 싶어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비노기2 프로젝트' 협업 시도는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업계에 '물과 기름의 협업'으로 회자된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13년 1월부터 170여명의 넥슨 직원들이 엔씨소프트로 파견돼 근무하며 게임 개발을 진행했지만 상처만 남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이 무렵 김정주 대표가 김택진 대표에게 서운함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게임 개발에 대한 철학 자체가 너무 다르다.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개발 위주의 조직과 인수합병을 통해 커온 조직 간에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우려였다"고 말했다.


김정주·김택진 대표 약력

김정주·김택진 대표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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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덮친격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자 김정주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추가 인수를 통해 서운함을 행동으로 옮겼다. 2014년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0.38% 추가 매입을 통해 최종 15.08%를 보유하게 되면서 실제로 엔씨소프트를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다. 아무런 통보 없이 경영권을 위협한 데 대해 김택진 대표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사전에 지분 매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넥슨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한 만큼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넥슨의 추가 지분 인수 3개월 만인 27일 넥슨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하자 엔씨소프트는 다시 "넥슨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다만 이번 공시는 지난번과는 달리 사전 논의과정이 있었다. 지난주 넥슨이 엔씨소프트 측에 공시 예정을 알려왔고 이에 대해 양사가 또 한차례 협의에 나섰지만 조율에 실패했다. 그 와중에 23일 엔씨소프트가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전 논의 없이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시키자 넥슨은 "양사가 협업을 시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면서 적극적 투자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재팬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재팬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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