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변화 진앙지 '머리'에서 '꼬리'로…숨은 강자가 시장 흔든다
휴대폰 경쟁구도 변화 뚜렷…로컬 기업에 주목해야
일부러 숨은 성장 전략으로 시장 잠식
향후 휴대폰 시장 변화는 주도기업 아닌 로컬기업이 될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향후 휴대폰시장 변화의 진앙지는 시장의 머리가 아닌, 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의 발전속도가 둔화되고 중저가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주류가 아닌 '기타(Others) 기업'의 성장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타 기업'이 성장하고 시장의 꼬리가 길어지는 현상이 지속돼 2~3년 내 3위권 업체의 경쟁심화가 선도업체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경쟁 기업의 등장뿐만 아니라, 이들이 가져오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게임 룰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배은준, 홍일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7일 '모바일시장 판도 흔들 숨은 강자들'이라는 보고서에서 샤오미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 각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는 '로컬 강자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스마트폰시장은 글로벌 톱10 리스트 밖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소위 '기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까지 보이고 있는 상태다.
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샤오미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타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며 "'로컬 강자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대부분의 로컬 강자들은 본체를 숨기고 있으며 로컬 기업이기 때문에 저절로 숨겨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를 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 데 반해 로컬기업들은 기업의 본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마치 수면 위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처럼, 많은 로컬 강자들의 본 모습은 수면 아래에 숨겨진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의미에서 로컬 강자들의 전략은 '숨은 성장(Hidden Growth)'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숨기는 방식도 다양하다. 첫 번째 유형은 여러 로컬 브랜드 뒤에 숨는 경우다. 프랑스의 위코, 러시아의 플라이 등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뒤에 숨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나가는 티노 모바일(Tinno Mobile)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째는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뒤에 숨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폭스콘은 노키아, 블랙베리, 인포커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외주 생산을 넘어 제품 개발, 유통, 판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 분할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사업 규모를 줄임으로써 경쟁을 회피하는 기업도 있다. 부부까오는 비보, 오포, 원플러스로 기업을 분할함으로써 수년 동안 경쟁사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다.
인수 혹은 라이센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의 뒤에 숨는 로컬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TCL과 레노보는 각각 알카텔, 모토롤라를 인수해 중국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 유통 기업 브라이트스타(BrightStar)처럼 유통 기반을 활용해 자체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유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콘이 글로벌 브랜드를 이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 브라이트스타는 유통 역량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서는 로컬 강자들이 '숨은 성장'을 추구하는 첫 번째 이유로 선도 기업과의 경쟁을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키울 시간을 벌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면 핵심 역량에 집중해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도 있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이용해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로컬 강자의 성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게다가 이들의 숨은 성장전략은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휴대폰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시장의 보다 낮은 곳, 보다 작은 움직임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휴대폰시장 변화의 진앙지는 시장의 머리가 아닌 꼬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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