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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삼성 백혈병 문제 '경청'의 지혜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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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발병 문제를 놓고 협상중인 가족위(가족대책위)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라인을 방문한다.

지난번 3개 주체가 함께 협상을 진행하며 삼성전자측이 반도체 생산라인 참관을 제안했고 가족위와 반올림측이 이에 동의하며 성사된 일이다.
삼성전자는 가족위, 반올림 대표단과 함께 기흥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현장에서 간담회를 진행한다. 창문 밖에서 생산 라인을 둘러 보는 일반적인 윈도우 투어가 아니라 직접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 내부를 둘러보며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다.

3개 협상 주체의 생산라인 방문은 이번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매년 강화하고 있는 작업자 안전관리 실태를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족위는 과거 사업장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체감할 수 있는 기회이고, 반올림에게는 막연히 제보와 서류 등으로 접했던 사실을 직접 보고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이번 사업장 방문은 서로 갖고 있던 오해를 풀고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기흥 생산라인을 가족위와 반올림에 공개하며 갖고 있는 기대다.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2차 조정위원회에서 전향적인 제안을 내 놓았다. 문제가 불거진 백혈병 외에 대상 질병을 총 7종으로 확대하고 담당직무, 재직기간, 발병시기 등의 일정 조건만 충족할 경우 작업 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퇴직후 10년까지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위는 삼성전자 보다 보상 범위나 기간을 더 넓혔다. 삼성전자가 보상하겠다고 나선 7종의 질병 외에 생식기 암까지 포함하고 퇴직후 12년으로 보상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추후 조정과정을 거쳐가며 조금씩 양보한다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는 반올림과의 협상이다. 반올림은 3개월 이상 재직자 전원, 퇴직자의 경우 20년 내에 발병할 경우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 종류도 모든 종류의 암, 천암성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생식보건 문제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력사 직원 역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단 3개월만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뒤 다른 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병을 얻은 사람도 보상 기준안에 포함된다.

협력사에서 3개월간 삼성전자에 파견 근무를 시키는 것만으로 향후 20년 동안 삼성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 다른 원인으로 병을 얻어도 삼성전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으로서는 공장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똑같다.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 놓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대화의 의지가 없는 것에 가깝다. 이번 사업장 방문도 그렇다.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감추고 비밀로 한다는 생각 대신 귀를 열어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면서 요구를 내세운다면 삼성전자, 가족위, 반올림은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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