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블루로드 B코스, 푸른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15.5km의 환상의 바닷길

영덕 블루로드 최고의 길은 '환상의 바닷길'로 불리는 B코스다.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15.5㎞의 구간이다. 블루로드란 이름을 낳게 한 그 푸른 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영덕 블루로드 최고의 길은 '환상의 바닷길'로 불리는 B코스다.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15.5㎞의 구간이다. 블루로드란 이름을 낳게 한 그 푸른 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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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시리도록 맑고 청량한 동해의 하늘과 바다를 품는다. 인공의 소리가 모두 묻혀 고요한 푸른 길. 펼쳐진 모든 것들은 그저 철썩이는 바다뿐인 이 길위에서 마음의 고요를 찾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나와 자연이다. 내 딛는 길 양쪽으로 망망대해와 숲이 길동무되어 함께 간다. 굽어지면 굽어지는 대로, 곧으면 곧은 대로, 길이 가는대로 오로지 나를 맡긴다.

전국의 걷는 길 가운데 유독 튀지만 이쁜 이름의 길이 있다. '블루로드'. 경북 영덕의 푸른 해안과 함께 이어지는 길이다. 블루로드란 이름처럼 이 길의 80% 가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다. 7번 국도와 한 방향으로 나란히 뻗은 영덕 블루로드는 두 다리로 옹골지게 걸어야 하는 64,6km에 이르는 탐방로다. 강구 터미널에서 풍력발전단지, 해맞이공원, 원조대게마을, 축산항, 고래불에 이르는 4코스(A,B,C,D)구간이다.


이중 블루로드 최고의 길은 '환상의 바닷길'로 불리는 B코스(푸른대게의 꿈)다.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15.5㎞의 구간이다. 블루로드란 이름을 낳게 한 그 푸른 길이다. 항구의 펄떡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바다와 살아가는 우리네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만큼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말 그대로 옥빛 바다를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블루로드의 백미다.

이른 새벽, B코스의 들머리인 해맞이공원에 섰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대탄해변을 지난 오보해변까지는 2km 남짓. 일출포인트로 치면 해맞이공원보다 오보해변이 훨씬 낮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나선다.

블루로드에서 마주한 동해의 일출

블루로드에서 마주한 동해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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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달빛과 별빛이 사라지자 수평선 넘어로 여명이 밝아온다. 섬처럼 둥 둥 떠 있는 고깃배들 위로 하늘이 연분홍으로 물든다. 순간 연분홍 하늘이 오렌지 색으로 채색된다. 그리고 붉은 해가 살아 펄떡이며 솟아 오른다. 수평선에서 올라오는 태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바다와 하늘은 푸른 빛으로 돌려놓는다.


일출을 뒤로 하고 오보항에서 해안길로 접어든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만드는 하얀 포말이 감탄사를 뽑아냈다. 이어 바로 옆에서 차오르는 파도의 높이엔 전율이 몰려온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름도 표지도 없는 작은 포구하나가 나타난다. 포구에서 바라본 바다색에 놀란다. 멀리 있는 바다는 하늘색을 담았고, 가까이 마주한 바다는 진초록 산을 담고 있다. 펼쳐진 모든 것들은 그저 바다뿐인 이 길위에서 마음의 고요를 되찾는다.


블루로드 이정표를 따라 다시 길을 이어간다. 노믈리 방파제에서 석리까지는 약 2.5km 해안초소길이다. 바다를 감상하며 산허리와 바윗길을 30분쯤 꾸준히 걷는다. 길 중간에 물질하는 해녀상이 사람처럼 서 있어 감짝 놀라기도 한다.

방파제에 부서지는 파도

방파제에 부서지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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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마을'로 불리는 석리마을은 가파른 절벽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이 멀리서 보면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가 연상돼 그리 불린다. 집들 뒤로는 조릿대가 숲을 이뤄 독특한 경치를 그려낸다.


석리를 나와 다시 해안가로 향하는 철 계단을 오른다. 길은 조금 더 거칠어진 야생의 바윗돌길이다.


절벽 같은 바위가 길을 가로막은 곳도 있지만 계단을 설치해 바닷가를 따라 계속 걸을 수 있다. 길 중간 해안 절벽엔 군인상이 서 있다. 블루로드 쉼터인 이곳은 예전에 군인들의 초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석리에서 대게의 원조마을인 경정2리까지는 50분 남짓 걸린다. 경정2마을 입구에는 대게의 원조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를 닮았다 하여 대게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경정리에서 해안가를 따라 북쪽을 바라보자 저 멀리 목적지인 축산항의 흰색 등대가 보인다. 바로 죽도산이다. 이름처럼 대나무가 많은 산이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등대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포구마다 과메기가 익어가고 있다

포구마다 과메기가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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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 닿지 않는 죽도산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경정리에서 죽도산까지는 해안가를 걷는다. 도로와는 산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가장 조용하고 자연에 가까운 코스다. 축산면에 들어서기 직전, 자그마한 해변이 나타난다.


활처럼 휘어진 축산해변은 길이는 300m 남짓에 불과하지만 블루로드다리와 죽도산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겨울날의 찬바람 부는 해변엔 인명구조 튜브만 덩그러니 바다를 지키고 있다.


야간조명이 빚어내는 풍경이 황홀한 139m 길이의 블루로드다리는 26m 높이의 현수교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움직이는 출렁다리다. 블루로드다리 아래의 모래톱은 축산천과 바다가 이웃한 경계지역으로 갈매기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죽도산을 오른다. 해발 87m 높이의 낮은 산으로 정상까지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봄에는 분홍색 복숭아꽃이 나무데크 주변에서 화사한 얼굴로 탐방객들을 맞는다.

블루로드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블루로드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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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단 한 계단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오르는 죽도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세운 등대가 있었으나 일제 말에 미군들의 폭격 표적이 된다 해서 철거됐다. 광복 후에 다시 등대를 세웠지만 몇 해 전 헐고 엘리베이터를 갖춘 전망대를 세웠다.


죽도산 전망대에서 걸어온 자리를 내려다 본다. 아득한 미로 속을 걸어온 듯도 하고 아찔한 바다 바람에 안겨 여기까지 단번에 날아온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전망대를 나와 바닷가 해안선을 에두르는 나무데크를 따라 걷는다. 블루로드 환상의 바닷길의 종착지가 얼마남지 않았다. 해안 나무데크는 조릿대숲을 통과하는 구간도 있어 바닷바람이 불 때는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저 멀리 축산항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이 내어준 길, 자연을 따라 걸어온 길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누군가 이런말을 했다. "블루로드를 걷는 것이 영덕을 아는 최고의 방법이다" 한 코스만 걸을을뿐인데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덕=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블루로드 B코스 종착지인 축산항의 나무숲

블루로드 B코스 종착지인 축산항의 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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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안동을 통해 영덕읍으로 간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겨울바다를 보려면 영동고속도로로 강릉까지 가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울진을 지나면 영덕에 닿는다. 이쪽 길을 따르면 1시간쯤 더 소요된다. 승용차를 이용해 B코스를 걷는다면 해맞이공원에 주차를 하고 축산항까지 걷는다. 축산에서 강구항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면 되돌아 올 수 있다.
블루로드B코스

블루로드B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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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승용차로 갔다면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잇는 드라이브 코스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강구항-축산항-대진항까지 이어지는 40여㎞의 해안도로다. 이길을 '강축해안도로', '대축해안도로'라고 부른다. 해안길 풍경은 총연장 26㎞에 달하는 강축해안도로가 더 낫다.


물가지미탕

물가지미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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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강구항에서 대게가 넘쳐난다. 주말 강구항은 대게 좌판으로 북적인다. 직접 골라 인근 식당에서 찌는 비용과 상차림비용을 따로 내고 먹을 수 있다. 번거롭다면 일반식당에 들어가면 된다. 풍물거리에 있는 8번 대게집이 그나마 알려져있다. 영덕읍내 아성식당(054-734-2321)은 지역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진한맛의 불고기가 유명하다. 블루로드 B코스 종착지인 축산항의 태화식당(054-732-7144)은 물가지미탕과 생대구탕을 맛나게 끓여낸다. 창포리 해변에선 청어 과메기 말리기가 한창이다. 배를 갈라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하며 1주일 정도 말린다. 손질하지 않고 통째로 말리는 청어 과메기는 2달 정도 걸린다.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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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로드 코스
△A코스(빛과 바람의 길ㆍ17.5km)=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잇는 총 연장 688km의 해파랑길의 허리 부분이 블루로드다. 출발점은 강구항이다. 길은 강구항의 좁지만 그래서 더 정겨운 골목을 지나 산등성이에 서면 강구항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숲길과 풍력발전단지공원, 캡슐캠핑장 등이 있다.

블루로드 A코스 시작점인 강구항

블루로드 A코스 시작점인 강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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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코스(목은 사색의 길ㆍ17.5km)=축산항에서 시작해 대소산 봉수대로 오른다. 동해안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는 봉수대는 바다 최고의 전망대다. 정도전의 스승이자 고려 말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이 태어난 괴시리 전통마을도 있다. 250여 년 전에 지은 집들이 대부분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명사이십리'로 불리는 대진해수욕장과 고래불해수욕장까지의 송림숲과 백사장을 지난다.
블루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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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코스(쪽빛파도의 길ㆍ15km)=영덕의 가장 아래쪽에 있다. 대게공원에서 장사해수욕장, 경보화석박물관, 삼사해상공원, 어촌민속전시관을 거쳐 강구터미널까지 이른다. 쪽빛바다와 한적한 마을 길을 다닌다. 한국전쟁 때 미국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의 유인작전인 장사상륙작전 전적 기념비와 3,000여 점의 화석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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