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을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경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과 기업인 특혜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둘 다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법에 맞으면 하고, 맞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경제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거나 기업인 특혜라는 주장에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정작 기본인 법에 맞냐, 안 맞냐는 원칙이 빠져 있다.
법에 맞으면 하고, 맞지 않으면 안 해야 되는 일을 놓고 정치적 판단을 하려다보니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가석방은 법적으로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지나면 대상이 된다. 여기에 조건을 갖추려면 '개전(改悛)의 정(情)이 있어야 한다.' 개전의 정이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개전의 정은 반성 정도, 수형 자세, 교도소 내 봉사활동 등에 의해 좌우돼 왔다. 교도소장이 판단한다. 교도소장이 가석방심사위원회에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을 해야 한다.
법대로 하면 기업인 가석방 역시 기업인 여부를 떠나 그가 개전의 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 기업인 가석방 논란의 중심에 최태원 SK㈜ 회장이 서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구속돼 오는 31일이면 수감생활 2년째를 맞는다.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니 형기의 절반쯤을 보내고 있다. 형의 3분의1 이상이 지났으니 일단 가석방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은 갖췄다.
다음은 개전의 정 여부다, 교도소 생활 2년째인 그가 개전의 정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는 수감생활이 알려지지 않아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옥중에서도 사회적 기업 연구, 급여 기부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3년 성과급과 보수로 받은 연봉 301억원을 모두 기부했다. 최 회장이 기부한 실제 금액은 세금으로 납부된 액수를 제외한 187억원이다.
최 회장은 이 중 100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센터에 '사회적기업 창업지원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 중 일부는 새로 시작하는 사회적기업 꿈나무들에게 첫 종잣돈으로 지원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옥중에서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냈다. 평소 사회적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고 그룹 내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온 그는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사회적 기업은 출소 후 사회에 속죄하기 위한 그의 복안이기도 하다.
그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한 발언에는 자기 반성과 함께 사회 구성원에 대한 사과가 녹아 있다. 그는 "제 불찰로 SK그룹의 명예에 상처를 남기고 수많은 분에게 고통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고 반성했다. "다시는 제 욕심만 차리고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사회적 기업 연구, 대규모 기부는 그의 자기 반성에 이은 개전의 정의 연장선이다. 개전의 정이 없었다면 묵묵하게 수형생활을 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인처럼 '꼼수(?)'를 부렸을 지도 모른다. 그는 보석신청 한번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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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재판장은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이 이 재판의 또 다른 의미"라고 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의지와 수백억 기부. 재판부가 말하는 또 다른 의미의 결과물이다.
가석방의 문제는 경제 사정, 특혜 논란이 아니라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지난 수감자가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이를 속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냐는 법적 기준에서 검토돼야 한다. 흉악범이라 다를 수 없고 기업인 역시 차별받지 않고 똑같이 적용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업인이라 해서 정치적 판단만을 하려다 보니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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