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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뷰]오바마에게 아바나와 평양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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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53년 만에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이어 쿠바의 공산정부를 고사시키기 위해 취했던 봉쇄정책의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다. 50년 넘게 이데올로기의 벽에 갇혀 있던 낡은 발상과 제재를 벗어던지고 쿠바와 대화와 평화를 모색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다음 차례는 북한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적 난제로 꼽혔던 이란과의 핵 협상, 대쿠바 관계 재설정 등을 차례로 풀어가고 있는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치의 속사정과 시간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쿠바의 아바나와 북한 평양의 차이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쿠바와의 화해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없다. 그동안 미국 지식인들은 쿠바 봉쇄가 역대 대통령의 묵인하에 이어져온 정당성이 결여된 정책이란 비판을 해왔다. 냉전의 종식 과정에서 미국은 과거 적성국들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지만 유독 턱 밑에 있는 공산국가 쿠바에 대해선 선뜻 과거의 앙금을 털지 못했다.
더구나 쿠바는 이제 더 이상 미국 안보에 위험이 되지 않는다. 전 세계를 3차 세계 대전 공포로 몰아넣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의 일이다. 쿠바가 군사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미국에 위협된다는 주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관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오랫동안 미뤄뒀던 숙제를 푼 셈이다. 당장 보수파의 반발은 있어도 장기적으론 오바마의 치적으로 기록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미완의 공약을 부지런히 해결하고 있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 힘을 싣고 400만명의 불법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선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녔던 지난 11월4일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참패를 했다. 그 결과로 내년 1월부턴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마저 장악하게 된다. 워싱턴 정가에선 잔여임기 2년을 남긴 오바마 대통령의 권력누수(레임덕)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이전에 자신이 구상했던 굵직한 어젠다를 미리 선점, 향후 이를 지렛대 삼아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는 셈이다. 그 같은 구상의 마지막 정점을 쿠바 관계 정상화가 찍은 셈이다.

바꿔 말하면 북한 핵 관련 사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표에서 그만큼 순위가 밀렸다는 의미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결국 자신이 추구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의 전면 수정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 틀을 짜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북한 인권에, 최근엔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까지 겹쳐 좀처럼 해법을 기대하긴 어려워진 분위기다. 백악관에서 평양은 더 멀어지고 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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