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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옛~날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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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에 빠져 본 기억이 있습니까?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머리 속으로 자신만의 온갖 소리와 모습으로 상상하죠.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은 누구나 화가요 시인이자 작곡가였습니다.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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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할머니는 또 그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만의 색깔과 소리를 입혔을테고 그것을 손자 손녀들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냈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죠. 물론 요즘 아이들도 동화책을 읽으면서 그런 과정을 경험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과제나 시험을 위해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미술 수행평가를 위해 화랑에 들러 감상문을 쓰는 아이들을 보면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즈음에는 그나마 그런 과제를 내주는 선생님마저 드물지요.

20세기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바실리 칸딘스키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서른 살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 갔다가 프랑스 화가 클로드 오스카 모네의 ‘건초 더미’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화가가 되기로 했답니다. 얼핏 보기에는 밀레 풍의 단순해 보이는 그 그림 한 장에서 칸딘스키는 무엇을 느꼈기에 그의 인생 행로를 바꾸게 했을까요.

저는 우리의 아이들이 그런 충격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충격을 실제로 자신의 삶에 녹여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창의’가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편 칸딘스키에게는 그만한 예술적 소양이 잠재해 있었습니다.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매일 이모로부터 수많은 동화를 들으면서 자신만의 색과 소리를 만들어 내왔었던 것이죠.

오늘은 1866년 바실리 칸딘스키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날입니다. 그가 추상화에 몰입한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는 허상이고 실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성 속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상, 즉 본질을 표현하려면 추상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본질에 있어서는 음악, 문학, 예술은 서로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감상하고는 “모든 색을 보았고 그 색이 춤 추는 것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결국 그는 그림 속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으로 음악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죠. 그에게 미술은 눈으로 듣는 음악인 셈입니다.

비슷한 예는 추상미술의 선구자 네덜란드 피에트 몬드리안에게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몬드리안은 자신의 그림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여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아름다움 감정은 대상의 외형 때문에 방해 받는다. 그래서 대상은 추상화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외형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고 추상화에서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詩)가 산문보다 상황을 더 잘 설명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은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마음 놓고 시를 읽을 수 없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세상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위대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까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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