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피아노 혹은 풍금 반주에 맞춰 동요(童謠)를 부르던 때를 기억 하십니까? 그럼 가장 최근에 동요를 부른 때가 언제인지 기억 하십니까?
고향을 떠나 온지 30년이 넘은 저는 지금도 울적할 때면 동요를 부르곤 합니다. 그 중에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가 ‘고향 땅’입니다.
어릴적 고향 풍경이 눈앞에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특히 2절 가사에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라는 부분에서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뒤로하고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아이들이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보입니다.
요즘은 아이들 조차 동요 부르는 모습을 좀처럼 보지 못합니다. 숫제 동요를 잘 알지도 못합니다. 동요 속에는 깨끗함이 있습니다. 동요 속에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동요를 즐겨 부르면 마음이 맑아 지겠지요. 그런 면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산바람 강바람’이란 노래죠. ‘나무꾼’, ‘사공’ 등 이제는 사라진 단어들이지만 부를수록 마음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것 같습니다.
‘낮에 나온 반달’의 노랫말은 또 얼마나 예쁜가요.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길러 갈 때/ 치마 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2003년 오늘은 위의 모든 노래의 노랫말을 지은 석동(石童) 윤석중 선생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그가 만든 노랫말은 이 밖에도 ‘어린이날 노래’, ‘나란히 나란히’, ‘퐁당퐁당’, ‘고추 먹고 맴맴’, ‘옹달샘’, ‘졸업식 노래’ 등 무수히 많습니다.
선생은 평생을 어린이를 위해 바쳤습니다. ‘어린이 신문’, ‘새싹문학’을 창간했으며 ‘소파상’, ‘장한 어머니 상’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첫 동시집인 ‘잃어버린 댕기’를 비롯해 ‘어깨동무’, ‘굴렁쇠’ 등 많은 동화집도 냈습니다.
오늘 하루 동요를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옛날을 떠올리면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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