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분할' 김병기 개인전 = 한국근현대미술의 산 증인 김병기 화백(98)의 60년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 화백은 1950년대 초부터 서양 현대미술의 전개와 동시대의 흐름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성, 아카데미즘과 전위, 구상과 추상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하면서 논객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작가다. 화가로, 논객으로 그의 경력 최절정에 있던 1965년 한국미술협회 3대 이사장으로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참가한 후 그는 미국 뉴욕의 한적한 동네인 사라토가에 남아 서구미술의 역사적 전개에 대해 면밀하게 고찰했다. 한국 추상회화의 형성기이기도 했던 당시 김 화백은 김병기는 현대적인 조형언어인 추상을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정물화는 대상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인간존재의 고독과 존재에 대한 성찰에 대한 은유가 됐고, 풍경화는 인간과 현실, 역사,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됐다. 작가는 스스로 "궁극의 예술"이라 천명한 회화를 통해 예술과 인생, 자연에 대한 깨달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었던 최근 10여 년 동안의 신작과 개인 소장가들이 소장한 미공개작을 포함한 회화 70여점과 드로잉 30여점이 소개된다. 그의 60년 예술 인생을 4시기로 구분해 ▲추상의 실험 ▲형상과 비형상의 공존 ▲감각의 분할 ▲미완의 미학으로 심도있게 조명한 전시다.
◆건축가 조민석 개인전 = 지난 6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건축이 '어렵고 하드웨어적'이라는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건축물 자체를 주목하기 보단 건축이 만들어지기 전과 후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조 대표가 지난 12년간 진행한 69개 프로젝트의 도면과 모형, 드로잉 및 영상 등 총 283점이 공개됐다. 삼성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건축 전시에는 로비에 세워진 로댕의 '지옥의 문' 앞에 거대한 원형건축물 '링돔'이 보이고, 본격적인 전시장 입구에는 '비포&에프터'라는 표시와 함께 조 대표가 관여한 건축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 건축에 담긴 스토리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소개되는 주요 작품으로 ‘픽셀 하우스(2003)’, ‘링돔(2007)’, ‘실종된 매트릭스: 부티크 모나코(2008)’,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2010)’, ‘다음 스페이스닷원(2011)’, ‘오설록: 티스톤, 이니스프리(2012)’, ‘사우스케이프: 클럽하우스, 선라이즈 & 선셋(2013)’ 등이 있다.
◆유진숙 '오블리비옹' 전 = 연탄재로 작업하는 여성 작가 유진숙이 5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작가는 불가항력적인 고통들을 오로지 예술을 통해 딛고 일어섰다는 이유로 '한국의 프리다 칼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강렬한 색감이나 공간을 압착한 듯한 구도가 특징적인 작품은 단절되고 상처 난 인간 군상을 다루고 있다. 연탄재와 아크릴 물감이 엉겨 붙으며 변형되는 우연의 효과는 무의식과 오류, 욕망과 소외, 위로를 말하고 있다.
오블리비옹(Oblivion, 망각)을 제목으로 한 이번 전시는 기억-흔적-망각이라는 흐름에 따라 색채의 변화가 발견되는 최근 작품까지 총 30여점이 소개됐다. 이 중 '위로'라는 작품에는 내세울 것 없는 사내와 한물간 창녀의 포옹이 그려져 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이 커플들은 껴안는다는 행위만으로 세상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었던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주최하고 한옥 갤러리 피아룩스와 아트 마케팅 회사 에이콤마가 공동 기획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어린이재단으로 기부된다. 오는 12일까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 02-732-9905.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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