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적으로 '조건이 달성될 때'라는 명분을 달아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청와대는 '전환에 대한 의지가 변한 건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박 대통령이 애초부터 이 사안에 대해 견지해온 부정적 생각을 집권 후 실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한 달 후에는 "많은 전문가나 국민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날짜를 박아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참여정부의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5년이 지나 대통령 후보가 된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공약으로 정리됐다. 이명박정부가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해 놓은 전환 일정에 동의하는 의견인 것이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의견은 "차질 없이 추진"이란 취지로 정리돼 여러 경로를 통해 일관되게 발표됐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2015년 전환을 위한 작업을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방위력 강화', 즉 '준비가 돼야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그는 2013년 5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준비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이 '차질 없는 추진'에서 '체계적 추진'으로 완전히 변한 건 이 때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청와대는 "기본 입장이 변한 게 아니다"는 설명을 내놨다. 민경욱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전작권 전환은 어떤 안보상황에도 계획된 전환시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관점보다 국가안위 측면에서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연이어 안보위기를 조성하는 등 안보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군사전략도 따라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작권을 가져온다는 큰 그림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 대변인은 "전환에 필요한 조건이 최대한 조기에 달성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20년 중반 정도면 조건이 충족되고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23일 내놨다. 그의 생각대로 된다면 2015년 12월에서 약 10년 정도가 늦춰지는 셈이다.
그러나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 제대로 추진될 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무기의 공격징후를 타격하는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완성되는 시점을 제시하고 있으나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느냐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 자체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의심을 더 짙게 만들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