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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뷰] 재앙으로 다가오는 에볼라 엠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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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지난 주말 미국지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주재원 저녁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식사와 곁들여 다양한 화제가 식탁 위에 올려졌다. 미국 쪽 뉴스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에볼라 사태’였다. 머나먼 아프리카 한켠의 일로만 생각했던 에볼라 공포가 이제 미국인들의 일상에 파고 들고 있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중 한 참석자는 “댈러스로 업무상 출장이 계획돼 있었는데 솔직히 영 찜찜했다. 그런데 결국 잠정 연기됐다”고 털어놓았다. 반응도 “댈러스 일부 학교까지 휴교하는 마당에 나라도 지금은 가고 싶지 않다”는 쪽이었다.

일반 미국인에게도 댈러스는 이제 방문하기 꺼림칙한 도시가 되고 있다. 댈러스에선 지난 8일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 토머스 에릭 던컨이 사망했고 뒤이어 며칠 사이에 그를 치료했던 여성 간호사들이 차례로 감염 확진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확진 판정을 받기 이전 주변사람들을 자유롭게 접촉했었다. 누가 추가 감염자로 밝혀질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연일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은 급팽창하기 마련이다. 지난 18일엔 미국인들을 태운 호화 유람선이 멕시코에서 상륙금지 조치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명 크루즈 유람선인 ‘카니발 매직’호에 던컨의 치료에 참여했던 간호사가 승객에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배는 입항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처럼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조짐을 보이자 유·무형의 ‘에볼라 엠바고(embargo)’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엠바고는 원래 특정 국가 선박의 입출항을 금지한다는 뜻이었으나 최근엔 금융 및 무역 거래를 포함한 특정 국가 봉쇄정책이란 의미로 많이 쓰인다.

미국 정치권에선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의 진앙지로 지목되는 서아프리카의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대해 여행금지와 입국 금지 조치 등을 취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부정적이다.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의료지원을 어렵게 한다는 게 명분이다. 이에 못지않게 섣부른 ‘에볼라 엠바고 ’ 확산은 서부 아프리카는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항공기 취항 제한 등 현재의 낮은 수준의 엠바고 조치만으로도 서부 아프리카 3국 경제와 민생은 이미 벼랑 끝에 선 상태다. 카이팔라 마라 시에라리온 재정경제개발부 장관은 지난 16일 “(외국의) 국경 봉쇄 조치로 인해 우리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읍소하기도 했다.

저명한 국제 보건학자이기도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국제적인 연대와 이 전염병이 세계 경제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에볼라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초기 대응 실패의 대가로 세계 경제가 치러야할 에볼라 엠바고의 재앙에 미리 전율하고 있는 것 같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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