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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단통법 3주차…곡 소리 나는 이통사 판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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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휴대폰 유통점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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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유통점 문 닫는곳 속출
-정부·제조사·이통사 긴급회동 이후 기대감 나타내기도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요즘은 인건비 감당할 형편이 못돼 아르바이트 없이 혼자 가게를 보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달 임대료는 또 어찌 내야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20여일이 가까워 오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유통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날로 어두워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휴대폰 지원금이 동일하고, 지원금이 낮아 유통점이 제공하는 15% 내 추가 지원금도 큰 의미가 없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최대한 운영비를 줄여가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의 한 상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층에 A이통사의 대리점이 수년째 자리잡고 있었지만 건물 내부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휴대폰 대리점 대신 곧 화장품 가게가 들어설 예정으로 다음 달 공사 완료를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건물 폐자재를 나르고 있던 한 철거전문업체에 종사자는 "요즘은 치킨집과 술집보다 휴대폰 가게에서 작업요청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달에만 휴대폰 유통점 철거작업을 7~8건 정도 실시했는데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18일 강남구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서 한 휴대폰 유통점이 철거되고 있다.

18일 강남구 일대에 위치한 상가에서 한 휴대폰 유통점이 철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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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B대리점에 들어서자 가게 주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손님이 와도 휴대폰을 구입하기보다 단통법 시행 이후 바뀐 요금제나 지원금 수준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반가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잠시 후 매장에 몇몇 고객이 찾아왔지만 액세서리만 구입하고 금방 발길을 돌렸다. B대리점 주인 유모씨는 "지난달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정도 급감했다"면서 "인건비가 없어 아르바이트생 대신 부인과 번갈아가며 가게를 돌보고 있는데 대출이자와 임대료만 수백만원에 달해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초구 남부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는 '휴대폰 집단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고폰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고폰 매장에 직접 찾아오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주로 찾는 고객은 40~50대 여성이지만 점원과 수십여분간 대화만 나누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1년째 중고 휴대폰 판매를 해오고 있다는 정모씨는 "뉴스에서는 중·저가폰이 잘 팔린다고 하는데 실제로 매장에서 나가는건 거의 없다"면서 "대부분 인터넷으로 거래하거나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백여대에 달하는 중고폰을 어떻게 처분할지 걱정"이라며 "갤럭시S3만 재고로 50대가 쌓여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영등포구와 서초구 일대에 위치한 수십 곳의 휴대폰 유통점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상황이 이와 같았지만 새로운 기대감을 나타내는 곳도 있었다. 지난 17일 정부가 이통사와 제조사에 단통법의 본 취지를 이행하라며 압박수위를 높임에 따라 현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소비자와 일선 판매점에 종사하는 영세상인을 위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이통사 및 제조사는 조만간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답변했다.

서초구 일대에서 3년째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해온 성모씨는 "너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법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겠냐"면서 "여기 사람들 모두 그래도 조금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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