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것은 새누리당의 개혁의지가 애초에 약했거나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얕은 꾀를 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연금학회 김용하 회장(순천향대 교수)이 지난 26일 학회장직을 사퇴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런 정황을 말해 준다. 연금학회는 새누리당의 의뢰로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지난 22일 발표했다. 재직 공무원 기준으로 기여금(보험료)을 43% 더 내고 보험금을 34% 덜 받게 한다는 것이 뼈대다. 이 개혁안은 새누리당 명의가 아닌 연금학회 명의로 발표됐다. 새누리당이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개혁안을 다시 만들기로 함으로써 연금학회 명의의 개혁안도 기초자료 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보다 더 개혁에 저항세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년까지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략적 선택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에만 세금에서 무려 18조 4000억원이나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 투입돼야 한다. 소득대체율이나 연금지급 개시 연령 등에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가입자에게 훨씬 유리한 데서 생겨나는 형평성 논란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새누리당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우선은 정부의 개혁안이 말 그대로 개혁의 내용을 충실히 담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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