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금까지 계획이 중단 혹은 철회된 M&A 규모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로 올해 기업 간 M&A 추진이 활발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M&A 시도의 10~20%가 실패로 돌아가는 게 보통이다.
지난주에만 두 건의 굵직한 M&A 실패 뉴스가 나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미국 케이블 TV 업체 타임워너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같은 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국 제3의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도 업계 4위인 T모바일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양사가 추진한 M&A 규모는 1000억달러를 웃돈다.
지난 5월 미 제약사 화이자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합병이 무산됐다. 같은 달 각각 세계 2위, 3위 광고업체인 미 옴니콤과 프랑스 퍼블리시스가 합병 계획을 취소했다.
머독 폭스 회장도 타임워너 인수 포기 이후 6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폭스의 성장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 M&A 시도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기업 전술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의 T모바일 인수 계획 철회 이후 스프린트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前) 회장은 2001년 은퇴 직전 시도한 허니웰 인수의 실패를 경영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의 마리우스 클로퍼스 전 CEO가 지난해 퇴사한 것도 2008년과 2010년 각각 추진한 리오틴토, 포타시 M&A 실패 때문이다.
M&A에 실패해도 실적만 좋다면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적마저 고꾸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스트라제네카 인수에 실패한 화이자는 최근 79% 급감한 순이익, 25% 감소한 세전 이익이라는 초라한 올해 2ㆍ4분기 성적을 공개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8일 공개한 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 급감한데다 고객 이탈 리스크도 생겼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스프린트의 M&A 철회와 실적 악재가 겹쳐 연일 하락하고 있다.
퍼블리시스는 올해 상반기 순익이 17% 감소했다.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CEO는 급감한 실적과 관련해 "옴니콤과 합병하는 데 실패한 후유증"이라고 털어놓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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