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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뒤늦게 부총리와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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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금리 전망 헷갈린다" 불만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뒤늦게 부총리와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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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일 견제구를 던지는 중이다. 가계부채 우려 발언에 이어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을 거론하면서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 시장은 금통위(10일)에서 한 수 접어주는 듯했던 이 총재의 변심 배경에 주목한다. 8월 기준 금리의 향방을 가를 변수여서다. 한편으로는 뒤늦은 한은 독립성 언급이 머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총재는 18일 오전 금융협의회에서 단호한 어조로 한은의 고유 권한을 강조했다. 그는 "최경환 부총리가 앞서 (인사청문회를 통해)기준 금리는 금통위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지금도 그런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하루 전 최 부총리는 국회 재정위에 출석해 '경기 회복세를 공고히 하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에둘러 밝혔다. 이 총재는 이 발언을 거론하면서 "어제 국회 재정위에서 기준금리 50bp 인하 등의 언급이 있었고 최 부총리도 관련 답변을 하셨다는데, 문맥을 정확히 확인해봐야겠다"는 말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총재가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휘발성 높은 현안을 거론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중한 이 총재는 그간 현안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삼갔다. 하지만 이날은 작정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면서 최 부총리를 견제하고 나섰다.

경기 인식에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이 총재는 발언 끝에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월 전망과)큰 차이가 없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2분기 소비 부진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듣기에 따라선 경기 인식과 성장 전망 사이의 간극을 줄여보려는 시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은은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0.2%포인트 내렸다. 당시 시장에선 조정폭에 비해 이 총재의 경기 인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3개월 전과 경기 인식이 달라졌다"는 발언도 논란거리였다. 한은 내부에서도 "총재가 노골적인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면서 "정책 공조도 좋지만, 기관 사이의 건강한 긴장감은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다. 이 총재의 변심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이틀 전인 16일에도 한 강연을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건 자연히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누증된 가계부채는 중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가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점까지는 와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맞섰다.

반면 최 부총리의 입장은 한결같다. 그는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그렇게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가계부채의 구조개선 차원에서 위험성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달라진 태도에 시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실상 '인하'로 봤던 8월 기준금리의 방향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다. 한 시장 참가자는 "이 총재가 뒤늦게 정부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임기 초반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실패해 스텝이 꼬였다"면서 "말 바꾸기와 독립성 훼손 논란에 휘말리면서 결국 전임 김중수 총재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하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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