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금리 전망 헷갈린다" 불만
이 총재는 18일 오전 금융협의회에서 단호한 어조로 한은의 고유 권한을 강조했다. 그는 "최경환 부총리가 앞서 (인사청문회를 통해)기준 금리는 금통위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지금도 그런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휘발성 높은 현안을 거론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중한 이 총재는 그간 현안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삼갔다. 하지만 이날은 작정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면서 최 부총리를 견제하고 나섰다.
경기 인식에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이 총재는 발언 끝에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월 전망과)큰 차이가 없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2분기 소비 부진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듣기에 따라선 경기 인식과 성장 전망 사이의 간극을 줄여보려는 시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 총재는 이틀 전인 16일에도 한 강연을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건 자연히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누증된 가계부채는 중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가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점까지는 와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맞섰다.
반면 최 부총리의 입장은 한결같다. 그는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그렇게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가계부채의 구조개선 차원에서 위험성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달라진 태도에 시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실상 '인하'로 봤던 8월 기준금리의 방향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다. 한 시장 참가자는 "이 총재가 뒤늦게 정부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임기 초반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실패해 스텝이 꼬였다"면서 "말 바꾸기와 독립성 훼손 논란에 휘말리면서 결국 전임 김중수 총재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하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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