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인사검증 절차 구체적으로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개선논의는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목적으로 논의를 꾸려가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무리일 것이다.
'가문의 영광'인 재상(宰相) 자리를 주겠다는데 당사자와 가족이 마다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그 결과는 최고의 인재가 국가를 이끌 기회를 국민들로부터 빼앗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걱정에 국민들은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곳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박 대통령은 '신상털기식ㆍ여론재판식' 인사검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능력'과는 무관한 것들을 끄집어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책을 조율ㆍ집행하는 총리나 장관들의 제1 자격은 해당 분야에 대한 능력이다. 박 대통령 말대로 능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룬다면 정책능력 검증에 대한 사회적 여력을 갉아먹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한 고위공무원은 최근 높아진 검증잣대와 관련해 "장관을 꿈꾸는 젊은 공무원들은 일련의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단 때부터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장관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란 의미다. '신상털기'로 낙마할 것을 두려워해 제안을 고사한 인물의 상당수는 높아진 잣대에 맞춰 자신을 관리해오지 않은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경험한 지 불과 14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제도의 효과를 결론 내리거나 부작용에 집중하는 것은 성급한 태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원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현 시스템에서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가 되기 쉽다. 장관 임명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제도를 크게 바꿀 것이 아니라면 여론검증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후보자의 자진(혹은 반강제)사퇴다. 여론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에 대해 후보자는 면밀한 준비를 통해 청문회장에서 적극 해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명권자 역시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공식적인 해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신뢰를 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애초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이기도 하다. 청문회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제시하지 못한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 뜻을 수용해 내정을 철회하는 대통령의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능력만 평가하자는 말은 언뜻 '능력과 큰 관련이 없는 흠결은 대충 넘어가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작은 흠결이 모여 비리가 됐고 대충주의가 만연했으며 안전불감증이 됐고 세월호가 침몰했다.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를 애초부터 골라내는 시스템의 확보다.
여론재판을 금지하는 방향의 논의가 아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직후보자로서 마땅히 지녔어야 할 도덕성에 대한 검증과 말 그대로의 '트집잡기'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정치권과 언론이 확보해야 할 능력이다. 여기에 실패하는 정치인과 언론은 존재가치를 부정 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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