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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검증방식 개선 논의의 전제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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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대통령은 인사로 통치한다. 인사행위를 통해 자신의 국정철학을 어떤 가치에 우선을 둬 실현할 것인가를 국민에게 보여준다. 인사검증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견제장치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 견제장치는 강하면 강할수록 시민에게 이롭다.

최근의 인사검증 절차 구체적으로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개선논의는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목적으로 논의를 꾸려가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무리일 것이다.
안대희ㆍ문창극 두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 후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의제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리 후보자의 국정시행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 재판식 여론이 반복돼서 많은 분들이 고사를 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문회 가기도 전에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가 거론되는 데는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가문의 영광'인 재상(宰相) 자리를 주겠다는데 당사자와 가족이 마다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그 결과는 최고의 인재가 국가를 이끌 기회를 국민들로부터 빼앗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걱정에 국민들은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곳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박 대통령은 '신상털기식ㆍ여론재판식' 인사검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능력'과는 무관한 것들을 끄집어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책을 조율ㆍ집행하는 총리나 장관들의 제1 자격은 해당 분야에 대한 능력이다. 박 대통령 말대로 능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룬다면 정책능력 검증에 대한 사회적 여력을 갉아먹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청문회 이전 이루어지는 신상털기의 내용이 모두 '무의미한' 것들이라는 증거도 없다. 교육수장의 연구윤리, 정보기관수장의 정치개입에 대한 의견, 국무총리의 역사의식 그리고 그들 모두의 병역의무 이행여부, 부동산투기 등 재산형성 의혹, 각종 특혜시비는 해당 분야의 능력과는 별개라 해도 절대 평가절하 될 사안들이 아니다.

한 고위공무원은 최근 높아진 검증잣대와 관련해 "장관을 꿈꾸는 젊은 공무원들은 일련의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단 때부터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장관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란 의미다. '신상털기'로 낙마할 것을 두려워해 제안을 고사한 인물의 상당수는 높아진 잣대에 맞춰 자신을 관리해오지 않은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경험한 지 불과 14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제도의 효과를 결론 내리거나 부작용에 집중하는 것은 성급한 태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원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현 시스템에서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가 되기 쉽다. 장관 임명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제도를 크게 바꿀 것이 아니라면 여론검증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후보자의 자진(혹은 반강제)사퇴다. 여론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에 대해 후보자는 면밀한 준비를 통해 청문회장에서 적극 해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명권자 역시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공식적인 해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신뢰를 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애초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이기도 하다. 청문회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제시하지 못한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 뜻을 수용해 내정을 철회하는 대통령의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능력만 평가하자는 말은 언뜻 '능력과 큰 관련이 없는 흠결은 대충 넘어가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작은 흠결이 모여 비리가 됐고 대충주의가 만연했으며 안전불감증이 됐고 세월호가 침몰했다.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를 애초부터 골라내는 시스템의 확보다.

여론재판을 금지하는 방향의 논의가 아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직후보자로서 마땅히 지녔어야 할 도덕성에 대한 검증과 말 그대로의 '트집잡기'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정치권과 언론이 확보해야 할 능력이다. 여기에 실패하는 정치인과 언론은 존재가치를 부정 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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