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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민족의 슬픈 유물 '요삼채' "유목민의 향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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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기원전 2333년,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 서북부에는 조선족(쥬신족)의 나라 '고조선'이 성립된 이래 숙신족, 조이족, 예족과 맥족, 동호족, 산융족, 호맥족(만주족), 말갈족, 여진족, 거란족 등 수많은 족속이 발원하고 소멸되기를 반복했다. 일부는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나 중국에 복속됐다가 사라졌으며 일부는 동북아의 패자로 중국 대륙과 한반도를 위협하기도 했다.

고조선-고구려-발해 등으로 이어오는 동안 우리 민족이 동북아의 지배권을 일부 상실한 이후 요나라(거란족), 금나라(여진족), 청나라(호맥족) 등이 강성한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날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오랫동안 중국이 '중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주변 민족에 대한 역사공정 및 말살 등 억압정책을 펼친 결과 동북아에서 조선족만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유일하게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동북아에서 명멸한 수많은 부족과 국가들은 한반도 역사와 다양한 형태로 결부돼 왔으며 우리의 핏속에도 스며 있다.
역사학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쥬신족 계열로 우리의 조상과 친척뻘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 의식 속에 살아왔으나 실제로는 여러 민족의 혈통이 모여 지금에 이른다. 우리 혈통에는 여진계, 위구르계, 회화계, 일본계, 베트남계 등 오리엔탈계는 다 포함돼 있다. 유전 형질상으로도 60% 북방계열과 40%의 남방계열이 혼재돼 있다. 첨단적인 유전자 검사로도 정체불명의 DNA가 18.5%나 된다. 성씨 분포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275개 중 130여개가 귀화 성씨다. 따라서 우리는 수많은 족속의 피가 혼재된 용광로로 혼혈민족이다.

동북아에서 사라진 나라 중 200년을 존속했던 요나라(916~1125년)는 거란족이 세운 나라다. 거란족은 5세기 중엽에 출현한 내몽골 시라무렌 강 유역의 몽골계와 퉁구스계의 혼혈족이다. 거란족은 고구려와 중국에 차례로 복속됐다가 10세기 말 비로소 국가를 이뤘다. 바로 야율아보기가 세운 요나라다. 이들은 연해주와 북만주 일대에서 발해를 멸망시키고, 요나라를 세워 한때 동북아의 패자 노릇로 군림했다.요나라는 993년, 1010년, 1018년 등 3차에 걸쳐 고려를 침략하기도 했다. 1차 침략은 서희가 맞서 외교적 방식으로 물리치고 강동 6주를 개척했으며 2차는 양규, 3차는 강감찬 등이 물리쳤다.

이들은 지금 사라졌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다우르족(達斡爾族·Daur)이 거란족의 후예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이들은 독자적인 문자와 고유문화를 지녔으나 여진족의 금나라에 멸망한 뒤에는 한족과 몽골족에 동화됐다.
요삼채.

요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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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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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란족의 나라 '요'가 이룬 문화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개관 20주년 기념 ‘중국 요령성박물관 소장, 요나라 삼채’ 특별전을 15일부터 9월14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는 2006년부터 시작된 국립대구박물관과 중국 요령성박물관의 한중 자매관 교류의 결실로 공동 기획됐다. 폐족의 유물은 예술품 감상에 복잡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품이 ‘요나라 삼채(遼三彩)’다. 요삼채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특별전시를 통해 공식 소개되는 도자다. 낮은 온도에서 소성되는 유약을 사용, 다양한 색채와 문양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요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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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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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채는 기형을 먼저 제작해 초벌구이를 한 후 백색 화장토(化粧土)를 바르고 여기에 문양을 눌러 새겨서 황, 녹, 백색의 유약을 바른 다음 재벌구이로 완성했다. 문양은 각화점채(刻花点彩), 인화점채(印花点彩), 단색채유(單色彩釉) 기법을 사용해 표현했다. 대표 기형으로는 대접, 접시, 주전자, 항아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원은 당나라 삼채다. 당나라 삼채 등의 영향을 받은 요삼채는 당삼채와 마찬가지로 납을 용매제로 사용하고 기본적으로 황, 녹, 백색의 삼색 유약을 썼다. 소성기술도 동일하다. 그러나 당삼채는 화장토를 바르지 않았고 유약도 기본 삼색 이외에 남색과 흑색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요삼채와 차이가 있다. 또한 요삼채와 달리 주로 무덤에 부장하는 명기(明器)로 제작됐다.

요삼채는 화장토 위에 황, 녹, 백색의 유약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색이 뚜렷하고 화려하다. 요삼채는 주로 일상생활용기로, 일부는 당나라 때처럼 명기(明器)로도 제작됐다. 유목민족의 정취를 반영한 초원의 화초와 구름 등의 문양을 한 해당화모양접시와 닭볏모양항아리(鷄冠壺) 등 당시에 유행한 기형과 접목해 요삼채만의 조형미와 예술적 감각으로 발전시켰다.

요삼채는 요나라의 멸망과 함께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금·원나라 때(1115~1368)에도 명맥을 유지하며 금·원삼채로 이어졌다. 금·원삼채는 요삼채처럼 주로 황, 녹, 백색의 유약을 사용했다. 그러나 문양을 새긴 다음 투명유약을 발라 1차 소성한 후 문양을 채색해 저온에서 다시 소성하는 각화전채(刻花塡彩) 기법을 썼기 때문에 문양과 바탕색이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문양은 모란, 토끼, 화조 등 주로 자연을 소재로 사용, 매우 간결하게 표현해 대중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번 특별전시에 출품된 요삼채는 광활한 초원지역에 거대한 세력으로 존재하면서 고유문화와 이민족 문화가 접목된 거란족의 문화유산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요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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