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화면에 '모순' 담은 中 옌헝 국내 첫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교실 안 녹색 칠판에 각종 과학 공식들이 즐비하다. 공식들 사이로 군데군데 컴퓨터 부품이 붙어있다. 왼쪽에선 한 중년남자가 의족을 칼로 자르고 있다. 칠판, 부품, 의족과 실험도구, 누울 수 있는 의자. 어울리는 것 같다가도 부자연스럽다.
중국의 젊은 작가 옌헝(32)의 '블랙 스크린(Black Screen)'이란 작품이다. 작가는 "중국의 주입식 교육에서 모든 정보가 칠판에서 나왔다. 요즘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액정으로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런 기기들은 6개월, 3개월마다 신제품이 쏟아진다. 컴퓨터 같은 기계가 없으면 마치 외부와 단절된 기분이 드는 현대인에겐 이제 기계가 신체 일부처럼 돼가는 느낌이다"라고 설명한다.
옌헝은 자신만의 수학적 코드, 상징, 기계적 장치들로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가 남긴 현상들을 대형 캔버스에 담고 있다. 또한 캔버스에 담긴 그림들은 캔버스 밖 공간까지 이어지거나, 캔버스 위 오브제를 붙이는 등 화면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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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태생인 작가는 앞 세대인 장샤오강 등 소위 중국의 사대천왕이라 불리는 작가 군과는 다른 화풍을 느끼게 한다. 균열, 혼돈, 복합성과 같은 이미지와 작품 속 스토리텔링을 자아낸다. 작가는 "아주 어릴 적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이후 도시화, 산업화 되는 중국 안에서 살아가면서 나의 색깔은 조금 암울하고 어두운 회색으로 느끼면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다. 새로운 과학과 기술에 대해선 두려움을 느끼고, 기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첨단 디지털 시대 속에서 회화적 가치야 말로 다양한 매체를 뛰어넘는다고 믿는 작가는 오히려 갈수록 시기에 맞지 않게 가는 시각적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중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자신의 체험에 녹인 은유적 상징들을 화폭에 펼치고 있는 작가는 이미 중국에선 예술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중국 젊은 작가를 대표하고 있는 화가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는 중이다. 전시장 벽면에는 옌헝의 대형 신작들이 걸려있다. 전시 제목은 '자동차 여관'이다. 자동차 여관은 장거리 운전 여행객들을 위해 고속도로변에 잠을 잘 수 있는 여관이나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캠핑장과 같은 공간을 뜻한다. 하지만 이 전시는 직접적인 의미로서 자동차 여관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창작 과정과 상태를 뜻한다. 옌헝에게 하나의 전시란 창작에서 느끼는 흥분과 고독, 무언가 시달리고 있는 모순, 어느 정도의 자학이 더해져 달려가는 길고 긴 여정에서 잠시 쉼을 누리는 공간을 의미한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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