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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꼭두각시 당신'…누군가의 조종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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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결심의 기술' 소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 심리학이나 경제학에 유행처럼 붙는 말이 '행동'이다. 현실세계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뒤, 심리학적으로 혹은 경제학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 바로 '행동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다. 여기서 공통의 전제는 '인간이 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근거없이 낙관하기도 하고, 날씨나 교통체증 등의 변수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망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여러 요인들에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해야 굳게 결심한 바를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신간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와 '결심의 기술'에서는 '행동하는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다양한 실수들과 그에 따른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두 책은 행동경제학('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과 행동심리학('결심의 기술')이라는 다른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공통점이 더 많다. 우선 저자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의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유리 그니지 교수와 시카고대의 존 리스트 교수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와인양조장, 이스라엘 초등학교 운동장 등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는 현장을 찾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면서 인간행동의 숨은 동기를 파헤친다. '결심의 기술'의 저자이자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인 프란체스카 지노 역시 인간의 결심과 실행을 방해하는 요인을 밝혀내기 위해 지난 10년간 46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과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에서 제시한 연구 결과는 독자들의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저자들이 공교육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빈민가인 '시카고하이츠' 지역을 찾은 사례를 보자. 이들은 한 고등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먼저 20달러를 주고 성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 빼앗아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학생들의 성적이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학생들에게는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조건이 '가지게 되지만 나중에 얻는' 조건보다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금전적 인센티브가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저자들은 "일회성 보상이 미래의 시험 점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오히려 이 같은 인센티브를 더 자주, 더 다양하게 시도할 것을 권유한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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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밌는 실험결과도 있다. 인도에서 모계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카시족을 관찰한 결과, 부계사회와 달리 카시족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경쟁심이 강했다. 이는 여성들이 남의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스스로 경제력을 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저자들은 전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경쟁심을 붇돋아줄수록 더 많은 여성 인재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쇼핑할 때 받는 경제적 차별을 줄이려면 그에 대항할 수 있도록 가격 및 제품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선단체의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슴에 호소하지 말고 허영심에 호소하라", "직원에게 성과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는 잘못하면 성과 인센티브를 뺏어갈 때 능률이 더 오른다" 등 실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돼있다.

'결심의 기술'에서 저자는 자신이 세운 결심을 지키지 못해 괴로워하는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9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인식을 제고하라 ▲감정의 온도를 측정하라 ▲멀리서 사안을 보라 ▲상대방의 관점을 고려하라 ▲사회 유대를 의심하라 ▲판단 기준을 살피라 ▲정보를 근원적으로 고려하라 ▲프레이밍을 살피고 의심하라 ▲도덕 기준을 부각시키라 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한 행동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획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결심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이 방해 요인은 크게 인간의 감정, 타인과의 관계, 외부로부터의 방해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실제로 '감정'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그르친 경우로 저자는 인터넷 기업 야후의 예를 든다. 야후는 1990년대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경쟁업체들의 등장으로 시련을 겪게 됐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런 야후를 4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야후의 시장가치 390억달러보다 무려 60억이나 많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야후의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은 이를 거절했다. 자신이 동료와 함께 만든 기업에 대한 애착에 빠져 450억달러의 금액이 너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야후의 주가는 폭락했고 이익도 줄어 2009년 중반 야후의 시장가격은 220억달러로 추락했다. 이 사례를 통해 저자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세심하게 고려하라"고 전한다.

행동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시작은 말 그대로 '인간의 행동'에 있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저자들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유리 그니지, 존 리스트 지음 /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1만6000원)

(결심의 기술 / 프란체스카 지노 지음 / 오수원 옮김 / 책읽는수요일 / 1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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