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비리조사 들어가…재투표 여론 거세
짐 보이스(69)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2일(한국시간) 영국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정에서)비리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집행위원으로서 재투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과정에서 FIFA 집행위원에게 뇌물을 전달한 사실을 폭로한 영국 '선데이 타임즈'의 보도와 관련한 발언이다.
아직까지 월드컵 개최지가 바뀐 전례는 없다. FIFA에 명시된 관련 규정도 없다. 하지만 다른 국제대회의 사례와 행정 절차를 따져보면 이미 유치신청을 한 국가(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해 대체 개최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급작스럽게 개최지가 바뀌기에 월드컵을 치러 본 나라가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백지상태로 돌아가 각국으로부터 유치 신청를 다시 받아 개최지를 정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0년에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다른 국제대회의 사례를 참고하면, 개최지로 정한 국가나 도시에서 포기하면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거나 유치신청을 했던 곳에 기회를 줬다. 아시안 게임에서 1970년 서울이 유치권을 따온 제6회 대회와, 1978년 제8회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대회가 반납됐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개최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두 대회를 태국의 방콕에서 개최하도록 했다. 1976년 미국 덴버가 예산 부담 때문에 동계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덴버와 유치 경쟁을 한 스위스 시옹에 개최권을 주려했다. 시옹이 거절하자 IOC는 1964년 올림픽을 개최한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에 개최권을 줬다.
반면 호주는 개최경험이 아예 없고 2010년 투표에서도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1차투표에서 탈락했다. 실질적인 경쟁자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은 여전히 시장이 미개발 상태인 신대륙이고, 일본도 전통적으로 국제대회 유치에 적극적인 스포츠 강국이다. 그래서 재투표를 하게 되면 한ㆍ미ㆍ일 3파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뇌물 논란 속에 카타르를 1위로 뽑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표심'이 캐스팅 보트를 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