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유병언, 해경 그리고 정부…책임주체 둘러싼 물밑 프레임 경쟁
첫 번째 ‘분노의 쏠림’ 주인공은 이준석 선장이었다. 그러나 선장 못지않게 선박직 직원들의 행태도 문제가 있었다는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핵심 승무원들을 향한 비판여론도 적지 않았다. ‘분노의 쏠림’까지는 아니지만 만만찮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했다.
한편에서는 해경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해경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고, 민간 잠수부 투입에 소극적이었다는 의혹이 맞물리면서 비판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세 번째 ‘분노의 쏠림’ 주인공이 된 셈이다. 이밖에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해양수산부 등 또 다른 책임 주체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과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준석 선장 개인 문제로 바라볼 게 아니라 정부의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킨 본질이라는 시각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무능론’이 초점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생각해볼 부분은 ‘분노의 쏠림’에 담긴 위험성이다. 비판의 시선이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준석 선장 개인의 문제가 초점이 될 경우 이번 사건은 ‘비겁한 어른’ 한 명의 일탈로 문제가 정리될 수 있다.
유병언 전 회장의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 특정 종교집단과 특정 개인의 문제가 사태의 본질인 것처럼 부각될 수 있다. 분노의 쏠림이 사태의 본질을 짚고 있는지, 곁가지에 쏠려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게다가 특정한 책임 주체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자 ‘분노의 쏠림’ 현상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일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나 검·경 합동수사본부, 검찰 발표 등을 토대로 한 ‘분노의 쏠림’은 어쩌면 이러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냉정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비판의 대상’에 자신의 분노를 쏟아내는 행동은 여론을 프레임 경쟁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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