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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명심처감'과 '태평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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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경구 중에는 오랜 풍파를 거치면서 본래 의미가 변질되거나 왜곡된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명재천(人命在天)으로, 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얘기되는 것도 그런 것들인데, 실은 이는 본래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 달려 있으며(人命在'妻')' '사내는 무릇 최선을 다하고 부인의 명을 기다려라(盡人事待'妻'命)'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지 모르게 '처(妻)'가 '천(天)'으로 슬그머니 바뀌고 말았다는데, 기록으로 분명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아마 가부장제의 기세에 밀려 제자리를 내 준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씻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이 같은 '원형 훼손'을 바로잡는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가상하게도 여기엔 일부 남성들도 동참하고 있다는데, 특히 옛 모계사회의 영광이 담겨 있는 경전 '명심처감(明心妻鑑)-그러나 명심보감으로 잘못 전해지고 있는'을 되살려내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그 같은 반성과 역사 바로잡기의 하나의 완결판은 아마도 헌법의 개정, 즉 '대한민국은 민처(民妻)공화국'임을 선포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될 듯하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을 노래하며 지상에 '태평처국(太平妻國)'의 낙원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남성들의 이 같은 회개와 반성은 자신들의 무지와 교만에 의해 인류문명이 숱한 과오와 시행착오를 빚었음을 이제나마 자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남성들의 양심의 회복이며, 인격의 성숙이며, 여성의 넓은 품에 대한 태고의 그리움에의 귀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성의 기승이 꺾이는 데는 여성들의 거센 반격도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남녀 간 형세의 균형을 되찾도록 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한 하나의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월급봉투의 폐기다. 월급이 남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안의 여성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뒤로 물러난 위치에 놓였던 여성들의 가정 내 위상을 일거에 대등한 관계, 아니 그 이상의 '통수권자'로 격상시킨 것이었으니, 이로써 여성들은 옛 권력의 탈환과 옛 영광의 수복의 한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많은 직장의 월급날이었던 어제(25일), 못난 가장들의 술자리 한담은 '모든 권력은 월급봉투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확인케 해줬다. 그러나 과연 많은 아내들이 그런 권력에 의기양양할까? 얄팍한 월급에 한숨을 내쉬며 그 권력을 도로 내주고 싶지는 않았을까, 싶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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