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논의할 판일 국장급 협의가 곧 조만간 열린다. 외교부는 일단 협의를 열어 일본의 진정성을 점검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일본은 믿지 못할 나라라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툭하면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후학 교육을 책임진 문부과학성 부대신은 심지어 “날조됐다”는 발언까지 했다.극히 최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보좌역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의원은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면 된다”고 말했다.파장이 커지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고노담화 수정은 있을 수 없고 하기우다 발언은 개인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치고 빠지기식 발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일히일비 하지 않고 진정성을 살피겠다는 외교부의 자세는 바람직하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55명의 생존 위안부 피해자가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극적이다.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고노 담화의 근간이 된 위안부 증언을 검증하겠다는 일본은 ‘검증’을 가장해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는 억지를 부리고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주장만 들을 게 아니라 생존해 있는 한국과 네덜란드 등 전 세계 피해자의 증언을 모두 청취하고 검증할 것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일본은 피해자들의 기억을 문제 삼아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새롭게 속속 나오는 위안부 관련 사료들은 위안부 강제동원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중국당국이 25일 공개한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의 지린성기록보관소가 보관하고 있던 위안부 관련 자료 25건 가운데는 “위안소 병력은 단지 20명 정도로 전부 선인(鮮人·조선인)으로 국가총동원법에 묶여 온 것”이라는 일본인의 편지도 들어있다. 이런 사료는 고노 담화 이후 20년간 나온 사료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AD

성균관대학교와 상하이사범대학 등 한국과 중국,일본 학자들도 지난 2월 국제포럼을 갖고 그동안 발굴한 자료와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일본이 위안소를 운영하고 여성을 강제연행 했으며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소각했다는 것이다.위안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임을 알려줬다.


고노담화는 쉽게 수정하도록 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불가침의 성역이나 성서가 아니다.역사적 사실과 연구성과에 입각하고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 20년 전 담화를 계승,발전하는 것이라면 고노담화의 수정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우리 역사학계가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던지는 주문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