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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단기화" vs "시장 호들갑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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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아직 규제도 통화정책도 고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오히려 시장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가요?"

시중 자금 단기 부동화 현상을 보는 시장과 당국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시장에선 단기 자금 쏠림 현상이 금융 불안을 야기할까 우려하지만, 자금시장을 들여다보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짐짓 여유롭다. 경기와 제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완충장치나 통화정책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의 아우성엔 이유가 있다. 단기 자금의 몸집이 부담스러울 만큼 비대해진 탓이다.

18일 한국은행의 '2013년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가계(소비자단체 등 비영리단체 포함)에서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 예금에 넣은 돈은 2조 4000억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유가증권 운용이 전년도에 이어 마이너스 8조5000억원에 머물렀음을 고려하면, 이 돈은 주식이나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도 않았다. 반면 요구불예금 등 단기 저축성 예금은 전년도 15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50조 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돈의 목적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한은과 금융투자협회의 통계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어림잡아 71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새 약 47조원(7%)이 늘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
한은이 별도의 단기 부동자금 통계를 내진 않지만, 시장에선 일반적으로 현금과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에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등을 합쳐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를 셈한다. 이렇게 계산한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가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시중자금(M2·1886조원)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부와 한은은 "자금 상황에 대한 과장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의미다.

김남영 한국은행 자금시장부장은 "장기 저축성 예금 수신이 줄고 단기 저축성 예금이 늘었다곤 하지만, 여기에는 추세적 저금리에 금융소득 과세 강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장은 이어 "단기 자금이 시장을 교란하거나, 장기 자금 확보에 곤란을 겪어 은행권의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판단도 같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통상 연말과 연초에는 자금이 빈번하게 들고 난다"면서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과거의 추세적 흐름과 그렇게 동떨어져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나아가 "지금의 자금 단기화 현상은 상당부분 경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면서 "이건 경제 회복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투자처가 나타나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완충장치를 고려하면 그 자체로 규제가 추가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자금 단기화가 우려될 때 당국이 써볼 수 있는 수단은 결국 금리의 조정, 통화정책일테지만, 아직은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더불어 "주식·채권 시장으로 돈이 흐르지 않아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은 가능하지만, 이 정도 자금 흐름을 견디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면, 구조조정을 통해 도태되는 수순을 밟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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