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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세계경제 100년, 이 둘의 게임이었다…케인스 vs 하이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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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부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글로벌 경제 휘청일때마다 해법놓고 두 이론 충돌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케인스냐 하이에크냐. 지난 100년간 세계 경제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이 '죽은 경제학자들'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경기부양의 해법을 두고 '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냐, 아니면 시장에 맡길 것이냐' 하는 논쟁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부터 출발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현재까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달리기 경주처럼 케인즈나 하이에크의 이론은 때로는 각광받고 때로는 외면받으면서 전세계 경제정책을 좌우했다. 아직도 여전히 많은 정부가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만, 어느 쪽이 옳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리기는 힘들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의 사상의 기초가 됐던 인물은 영국 경제학계의 거장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이다. 경제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경제학 원리'를 저술한 마셜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업을 듣던 케인스의 영민함에 반해 그에게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유했다. 스승의 권유에 따라 경제학으로 눈을 돌린 케인스는 졸업 후 공직생활에 발을 디딘다. 당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쟁'이다. 전쟁이 남기고 간 참상을 목도한 케인스는 1919년 패전국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베르사유 조약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평화의 경제적 귀결'을 내놓아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경제학을 다른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삼았던 케인즈는 물가상승과 통화가치 붕괴, 실업에 관해 늘 우려했다. 이후 1922년 '맨체스터 가디언'의 기고문을 통해 그는 처음으로 '케인스 진영' 사상의 토대가 되는 주장을 펼쳤다. 바로 '정부가 경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개입론이다.
케인스 보다 16살 어린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1899~1992)는 대학교수가 되는 것을 꿈꾸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통신 장교로 전선에 투입됐다. 전쟁의 와중에도 틈나는 대로 경제학을 접했던 하이에크는 평화기의 경제가 전시에 어떻게 변하고, 어떤 상황에서 국가의 필요가 자유시장에 우선하게 되는지 등의 문제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하이에크 역시 케인즈와 마찬가지로 화폐와 물가, 실업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달랐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보고 하이에크는 중앙은행의 개입이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의 개입이 "개별 증상을 붙잡고 땜질하는 정도의 쓸모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때는 케인즈가 자유방임의 종언을 고하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은 한 세기가 넘게 지속되고 있다. 당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월스트리트 금융가가 붕괴하자 '하이에크 신봉자'였던 부시 전 대통령은 하이에크를 포기하고 케인스를 선택했다.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의 헤드라인 제목은 '돌아온 케인스'였다. 하지만 뒤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역시 막대한 예산을 경제에 투입하자, 이를 반대하는 티파티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에 앞장섰던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재무부 장관에게 "미 국민은 망한 기업 살리자고 돈 쓰는 걸 싫어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이와 함께 순식간에 하이에크의 책 '노예의 길'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간 '케인스 하이에크'에서는 이 두 경제학의 맞수가 벌인 '100년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비슷한 상황에서 이 둘이 어떻게 다르게 대처했는지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는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사상적 특징뿐만 아니라 성격과 분위기, 말투, 주변인물 등에 대한 차이점을 더욱 부각시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이 둘이 직접 대면하거나 논쟁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마저 흐른다.
하이에크는 케인스와의 만남에 대해 "그를 개인적으로 만날 행운을 얻은 사람들은 지성이 번득이는 유창한 대화에 금세 흡입된다. 관심 분야도 무척 넓었고 음색도 황홀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자신의 논리를 굽히지는 않는다. "경제불황을 돈을 차입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면 사태는 더욱 나빠질 뿐"이며 "케인스처럼 듣기 좋은 말로 신속한 처방을 제시하는 의사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이에크는 말한다. 경제학계에서 보다 입지가 탄탄했던 케인스는 하이에크의 도전을 여유있게 받아쳐내는 정도로 대응했다. 케인스는 하이에크의 저서 '노예의 길'을 읽은 후 "자네가 알아야 할 가장 커다란 위험은 자네의 철학을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미국에 적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저자는 레이건과 대처의 전기작가로도 유명한 '타임스' 창간 편집인 니컬러스 웝숏이다. 인물의 실제 발언을 그대로 옮긴 주요 주장과 논박은 양 측의 입장을 골고루 전달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고, 이들의 개인적 처지나 심리를 분석한 대목은 어느 책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부분이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경제학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둘 중 어느 쪽 주장이 더 일리가 있는지 그 논쟁의 현장에 뛰어들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케인스 하이에크'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경제서'이자, 두 천재 경제학자에 관한 '위인전'이면서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들려주는 '역사서'로서의 기능을 모두 충족시킨다.

(케인스 하이에크 / 니컬러스 웝숏 / 김홍식 옮김 / 부키 / 2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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